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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 때 남과 진정한 소통…‘자기인식’ 능력 키워라

Winnipeg101 LV 10 22-11-07 204

“절제할 줄 아는 사람만이 자기 자신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돌아볼 수 있다.”

2500년 전 소크라테스는 소프로시네(sophrosyne), 즉 절제가 좋은 삶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소(so-)는 ‘보존하다(sozein)’란 뜻이고, 프로시네(phrosyne)는 지혜(phronesis)란 의미다. 소프로시네는 지혜, 즉 어떤 일을 해도 좋을지 말지를 판단하는 힘을 절제를 통해 지키는 일이다. 그 중심에는 ‘자기 인식’이 있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인식하는 능력은 인간의 대표적 특징이다.

자신을 아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니체, 사르트르, 푸코 등 수많은 철학자의 단골 주제였다. 로크에게 “자기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각하는 일은 또 다른 아이디어의 원천”이었고, 푸코에게 욕망을 관리하기 위해 “자기 안에서 공격을 맡을 부분과 공격을 당할 부분을 구분”하는 일은 자기 돌봄의 출발이었다.

‘나 자신을 알라’에서 스티븐 M 플레밍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심리학과 교수는 소크라테스를 뇌 연구와 접붙인다. 그는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최신 성과에 바탕을 두고 메타인지의 작동 방식을 파헤친 후,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심리학에선 자기 인식을 메타인지라 부른다. 자신의 내면 상태와 행동을 감시하는 뇌의 알고리즘이다. 뇌는 불확실성을 추적해 지각의 정확성을 높이고, 자신을 관찰해 오류를 교정하며, 실수하면 행동을 바로잡는 정교한 기계 장치다. 인간은 인지를 감시하고 수정하는 메타인지 능력을 타고난다. 발달 단계 초기인 생후 12개월 때부터 이를 활용하고, 3∼4세에는 완연한 모양을 갖추며, 이후 평생에 걸쳐 성찰적 사고를 통해 자신을 알아간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해야 할 바를 명확히 알았을 때만 잘못을 인정하고 실수를 후회하며, 잘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도 실수를 저질렀을 때 예측 오류를 더 크게 느낀다. 지능이 높다고 자기 인식도 잘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자신의 계산력을 과신한 오이디푸스는 정작 자신을 몰라서 파멸했다. 자기 마음을 아는 힘은 문자 인식 학습이 보여주듯 양육과 교육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자기 인식은 인간을 바꾼다. 그것은 경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은 마음이 있음을 알게 해준다. 자신을 아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아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힘이 있기에 남보다 잘 배우고, 남들 마음을 더 잘 공감하기에 소통이나 협업에 능하다. 또한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고 자신이 틀렸을 수 있음을 인정하기에 남보다 좋은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언행을 돌이켜 판단해 스스로 책임을 진다.

 

한마디로, 자기를 아는 사람은 자신과 타인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 가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뇌의 연합 피질은 뇌에 드나드는 수많은 입출력 신호가 결합하고 연결되는 것을 돕는다. 저자는 이 영역이, 즉 전두엽의 전전두피질, 그중에서도 전두극이 메타인지를 관장한다는 것을 발견해 명성을 얻었다.

자기 인식 능력을 향상하는 방법은 없을까. 뇌 자극이나 약물 등으로는 불가능하다. 자기 인식 능력은 메타인지에 대한 피드백을 줬을 때 미미하게 개선된다. 판단 결과가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알려주는 것보다 “당신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세요?” 같은 질문을 던져 실험 참여자가 스스로 자신감을 판단하도록 하고, 그 자신감이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알려주면 메타인지 감수성이 향상됐다. 

마음 챙김 명상은 지속적 자기 집중 능력 및 심적 상태에 초점을 맞추기에 자기평가 능력을 연마할 수 있게 해주고, 그날 배운 것을 저녁에 15분 정도 성찰하거나 남한테 설명하게 하면 학습을 계속하는 것보다 20% 정도 높은 성적을 보인다.

부정확하고 잘못된 지식, 편견과 편향에 물든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헛되이 길을 잃지 않으려면 자신을 돌보면서 자신의 앎을 확인하고 의심하는 힘이 절실하다. 자기 인식은 우리 자신을 건강하게 하고 더 좋은 사회를 실현하는 데 너무나 중요하다. 인문의 오랜 지혜를 뇌 과학 연구를 통해 확인한 이 책이 당신을 안내할 것이다. 368쪽, 1만78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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