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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대학이 대기업 취직에 유리한 이유 (3)

Winnipeg101 LV 10 22-01-03 336

2021-04-26

 

 

Cobb-Douglas 함수라는, 경제학에서 흔히 쓰는 생산함수가 있다.

 

노동과 자본이 결합해서 생산물이 나오는데, 둘의 적절한 결합이 최적의 생산량을 내도록 맞추고, 그걸 이용해서 경제학적 “분석”을 한다는 논리에 쓰인다.

 

 

사실 학부시절에 저 함수를 미분해서 최적 L*, K*, 그 때 L과 K의 가격(?)을 계산하는 문제들을 풀면서, 이런 쓸모짝에도 없는 계산을 왜 하고 있나는 생각을 수 십번도 더 했었다. 차라리 경영학과가서 재무제표 보는 법 배우고 나면, 생산설비 (CAPEX)에 투자하는 비용을 찾아서 그걸 K값으로 쓰고, 노동비를 L 값으로 쓰는게 더 낫지 않냐는 생각에, 내가 학교에서 배운 건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구나는 생각을 했었던 탓에, 학부 졸업 당시에 석/박 유학을 선택하지 않고, 외국계 IB를 찾아가는 선택을 했으리라.

 

재직중에 바보 멍청이들을 헤아릴 수 없이 만나면서, 어차피 수학과 해석개론 같은 수업에서 0+0=0 비슷한 것들도 증명했었는데, 그까짓 L, K 계산하고 맘에 안 들더라도 박사 공부해서 바보 멍청이들을 멸시할 수 있는 포지션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커리어 방향을 틀었다.

 

대학원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까짓 L, K‘ 계산이라고 생각했던게 엄청난 함의를 가진다는걸 깨닫는 사건이 있었는데, 일단 한번 정리해보자.

 

 

 

그까짓 L, K

위의 첫번째 식 양변에 Log를 취해보자. 아래의 식으로 바뀐다.

 

이게 가만보면 Y를 L, K로 회귀분석하는 식이 되어 있다. 정확하게는 Log값들이라서 조금 헷갈릴 수는 있는데, 어찌됐건 Y, L, K값만 있으면 회귀분석으로 Y절편에 해당하는 Log(A)와 더불어서, alpha, beta를 구할 수 있다. (벌써 여기까지만해도 국내 학부 시절에 배운 적이 없는 지식이다.)

 

자, Log값들이니까, 편미분을 하면 L값 변화량이 Y값에 미치는 영향, K값 변화량이 Y값에 미치는 영향이 된다. 즉, 경제학에서 말하는 (노동 / 자본 공급의 생산량) 탄력성이라는 값이다. (이건 학부 때 배웠다.)

 

오잉? 회귀분석하면 탄력성이 계산되네? (여기서부턴 안 배웠는데, 이건 내가 게을러서 안 배운거니 학교 욕 할 자격은 없다)

 

말을 바꾸면 “생산효율”인데, 특정 (L, K) 좌표값에서 노동과 자본의 생산 효율을 따진다.

그 생산 효율의 비율을 아래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아, 그거 어차피 현실과 아~무 상관없는거 아니냐고?

 

여기까지만 보면 그렇지.

 

 

경제학과 “현실”세계의 만남

이걸 노동조합에서 사측과의 임금 협상에 쓰더라.

 

황당하겠지만 레알이다 레알.

 

우리나라 노동조합처럼 머리에 띠 두르고 북, 장구, 꽹과리를 치면서 데모하는게 아니라, 저 문서를 공식 문서로 보내면서 협상이 시작된다.

 

자기네 회사의 노동 생산 효율이 높으니까 다른 회사보다 임금을 더 줘야 된다고.

 

(이것만봐도 이미 우리나라랑 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ㅋ)

 

 

한국의 노사분규 vs. 선진국의 노사분규

사측의 반박 문서도 만만치 않았다.

 

자본 생산 효율도 높지만 정작 자본 측이 받아가는 총 금액도 적다며 반박한다.

 

당연하겠지만, 총액만 보면 안 된다는 재 반박이 들어왔고,

 

비교군과 노사분규가 일어난 회사의 모든 숫자를 크기 비중을 무시할 수 있도록 100%로 재조정해서 다시 이 계산을 했다.

 

그랬더니 이미 노동 생산성 / 자본 생산성 비율보다 노동자에게 더 많은 비중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고는 사측의 임금 협상 승리라고 생각했는데,

 

노동조합 뒤에 도대체 누가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쩐다는 생각이 드는 반응을 봤다.

 

 

 

선형대수학이 중요한 이유

생산효율 합계를 100%로 맞추면, 위의 Cobb-Douglas 함수는 CRS (Constant Return to Scale)를 따르게 된다. (위의 Homothetic preference 참조)

 

L, K를 생산효율 비율대로 그대로 증가시키면, 투입량 합계만큼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뭔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이런 상태를 선형대수학에서는 Isomorphism이라고 부른다. 형태가 안 바뀐다는 말이다.

 

노동조합 반박자료를 보면, Isomorphism 조건이 충족되려면 K값이 손실되는 부분이 없어야 하는데,

 

경영진이 횡령을 해왔기 때문에 K값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었고, 그 덕분에 작은 K값으로 많은 공헌을 하는 것처럼 과대 포장이 됐다고 반박을 했더라.

 

(한국에서 이런 수준의 논쟁이 일어나는 일은 아마 영원히 없을 것 같다ㅠㅠ)

 

 

다시 통계학으로

사측에서 L, K를 구성하는 요소들로 가능성이 있는 모든 데이터를 갖고 온 다음에, 그걸로 L, K를 뽑아내는 Factor Analysis를 한다.

 

그리고 K만 빠져나갔던게 아니라, 노동자들도 여기저기서 떼먹었던 돈이 많았기 때문에 L도 같이 빠져나갔다고 받아치더라.

 

Factor Analysis 기반의 계산에 왈가왈부하는 사건이 있었던 것과 별개로, 위의 Cobb-Douglas 함수를 다시보니

 

회귀분석으로 바꾸는것만 봐도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던 동양 촌놈 눈에,

 

L, K라는 Factor와 상관계수라는 Factor loading 값을 계산하는 작업은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는 사건이었다.

 

통계학 다변량에서 봤던 Factor Analysis를 진짜로 현실에서 쓰잖아???

 

경영학과가서 재무제표 보는 법 배우고, 단순히 CAPEX랑 노무비로 K, L 쓴다고 생각했던 바보였는데, Factor Analysis를 이렇게 쓰는 걸보고, K값에 해당될 수 있는 정보값, L값에 해당될 수 있는 정보값들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된 건 덤이다.

 

이러니까 “양놈들” 세계에서는 회계사(CPA)는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신 똑똑하신 분이 아니라) 세금이나 아껴주는 단순 세일즈맨이고, 통계학 박사들은 대접받는 고급 전문인력이 되는거겠지.

 

 

 

왜 해외대학 학위냐고?

나름대로 국내 최고 대학 경제학 학부를 나왔는데, 위의 관점으로 가르쳐주는 수업을 들은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왜 수학을 배워야하는지, 왜 통계학을 공부해야하는지, 왜 경제학이 그런 학문들을 이용하는 학문인지 모르는 상태로 졸업할 수 밖에 없었겠지.

 

저 위의 이야기는 영미권 어느 대학의 학부 2학년 (upto 선형대수학), 학부 3학년 (upto 통계학) 시험 문제들이다.

 

석사, 박사 과정이 아니라 학사 과정.

 

심지어 고교 수준에서 수학/통계학을 제외하고 같은 논리를 답안지에 써야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

 

다시 확인한다. 박사가 아니라 고교 수준이다.

 

영국 고교생들이 명문대 입학하려면 필수로 치는 A Level 과목 중에 경제학 시험 문제와 모범 답안을 확인해보시라.

 

공부를 저렇게 하고나면, 학문이 더 이상 책 속의 지식이 아니게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훈련을 시켜주고 있으니까.

 

(참고로, 딱 영국 고교생들 A Level 수준으로 우리 MBA in AI BigData 과정이 운영된다.)

 

 

우리나라였으면?

머리띠 두르고 데모하면서 물가 얼마 올랐으니까 임금 얼마 더 올려달라고 깽판치다가,

사측에서 타협안 제시하고, 못 들어준다고 뻗대고, 뒤에서는 노조 최상위층 몇 명만 고급 룸싸롱 술자리에 불러서 뒷 돈 얼마 줄테니까 데모 그만해라는 식으로 협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식의 막가파 협상을 하는 나라에서 저런 지식은 별로 쓸모가 없을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IT기업들이 Data Scientist라고 뽑는 애들이 하나같이 개발자들이 Beta hat 계산해봤다고 자랑하는 수준, Neural Network 코드 몇 줄 카피해서 돌려본 수준이겠지.

 

그런데, 해외시장가서 돈 벌이를 해야하는 기업들이면, 본인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인력이라면, 저런 식의 사고 방식을 갖추고 있어야 그 세계에서 일하고 살 수 있지 않을까?

 

 

나 빼고 전부 외국 명문대 출신 경력자

잠재력의 현실화

말을 바꾸면, 한국 교육이 단순 지식만 겨우겨우 전달하고 있는 진짜 쪽팔리는 3류 교육이기 때문에, 그런 교육을 받아봐야 학생의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게 만들 수가 없다.

 

수능 성적이 비슷했는데, 누군가는 국내의 명문대를 가고, 다른 누군가는 (집에 돈이 많아서?) 아이비리그 대학을 갔다고 쳐보자.

 

사회초년병 시절 왜 나는 매번 유학파에 밀려서 내가 원하는 직장을 못 가는건가에 불만이 많았는데, 저런 교육을 받고 난 다음에 내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익을 쫓는 회사 입장에서는 국내 최고 대학 나왔다고 목에 힘만 들어가 있고, 정작 지식 수준은 고교 레벨에 정체되어 있는, 대학 교육을 현장에 써먹을 수 있는 훈련을 못 받은 국내 인재를 채용하는 것보다, 최소한 저런 훈련을 받아서 사고방식이 “양놈들”처럼 구성되어 있을 확률이 높은 해외대학 출신 인재를 앉혀놔야 외국 사무실들과 일하는데 더 소통이 원활해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식후진국인 한국의 비참한 현실이다.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기사 하나 덧붙인다.

 

SKY 출신도 중기 신입 면접서 ‘광탈’… “나 빼고 전부 외국 명문대 출신 경력자” – 벤처경제

 

세종시 어느 국책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있는 학교 선배와의 대화 중 나왔던 말이다.

 

형, 애들이 무슨 죄에요. 이상하게 가르친 교수들이 죄인이지

그래, 가르친 교수들이 죄인이네

태그 : https://blog.pabii.co.kr/foreign-degree-job-market-merit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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