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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당신이 멍청한 짓만 골라서 하는 이유

Winnipeg101 LV 10 22-01-04 282

2020.01.17 04:40

 

 

추리소설 ‘셜록 홈스’를 쓴 코난 도일은 작가이자 의사였지만, 한편으로는 심령론 신봉자이기도 했다.

 

 

명탐정 셜록 홈스는 요즘말로 하면 ‘뇌섹남’의 표본이다. 천재적인 두뇌와 냉철한 판단력으로 사건을 추리해 가는 홈스에 빠져들어 그 얼마나 숱한 밤을 책장 속에 파묻혀 지새웠던가. 홈스를 탄생시킨 작가 코난 도일은 홈스를 능가하는 지적 능력을 지녔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사실 하나. 세상에 둘도 없는 지성인일 것 같은 도일은 심령론 신봉자이기도 했다. 10대 소녀들이 책에서 오려낸 사진을 “직접 찍은 요정 사진”이라고 속였음에도 철석같이 믿었고, 모든 과학 지식과 논리를 동원해 유령의 존재를 입증하려 안간힘을 썼다.

 

도일뿐만 아니다. 애플의 공동 설립자 스티브 잡스는 의사의 충고를 무시한 채 약초 치료, 영적 치유 같은 엉터리 치유법에 의존하다 치료 시기를 놓쳤다. DNA 대량 복제 기술로 노벨상을 받은 캐리 멀리스는 “에테르라는 물질을 통해 인간이 천체계를 돌아다닐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1990년 초반 캐나다 심리학자 키스 스타노비치의 연구에 따르면, 멘사 회원의 44%가 점성술을 믿었고 56%가 외계인이 지구를 찾아왔다고 믿었다.

 

이쯤 되니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 사람들, 진짜 똑똑한 거 맞아? 그 좋은 머리를 엉뚱한 일에 낭비할 거면, 차라리 나한테 주든지.

 

영국 공영방송 BBC 기자였고 현재 인문ㆍ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 롭슨은 이 같은 특징을 ‘지능의 함정’이라고 설명한다. “머리가 좋으면” 자기 논리를 정당화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자신의 견해에 의심을 품지 않는 교조적 태도가 심해지고, 자기 논리의 허점을 인지하는 능력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수에서 교훈을 얻거나 타인의 조언을 받아들이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들도 지능과 합리성의 상관 관계가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지능의 함정

 

데이비드 롭슨 지음ㆍ이창신 옮김

 

김영사 발행ㆍ432쪽ㆍ1만7,800원

 

 

굳이 머나먼 사례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엄청나게 뛰어난 인재들로 가득한 기업과 정부조직이 비합리적인 결정을 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사회 지도층 인사의 입에서 ‘가짜뉴스’가 진실로 둔갑하는 일은 또 얼마나 많은가. 어쩌면 당신도 제 잘난 맛에 사는 헛똑똑이일지 모른다.

 

데카르트는 말했다. “머리가 좋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걸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지능이 아닌 지혜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새 책 ‘지능의 함정’은 똑똑할수록 멍청해지는 역설을 분석해 지능을 재정의하는 동시에, 지혜를 과학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며 합리적ㆍ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 롭스는 지능과 달리 사고 능력은 훈련과 노력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관점을 찾아보고, 사건이 불러올 다른 결과를 상상하며, 잘못된 주장을 골라내는 연습을 해 보자는 것이다.

 

이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지적 겸손’이다. 기후변화와 사회불평등 같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지혜로운 사고는 필수다. 저자는 강조한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겸손하게 인정한다면 누구든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김표향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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