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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 인종차별' 논란 부른 캐나다 원주민의 죽음…"백인이었다면 살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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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2021.10.07 16:42 입력

2021.10.07 17:02 수정

 

캐나다 퀘벡의 한 병원에 갔다가 치료를 거부당해 사망한 원주민 조이스 에차쿠안(37)의 모습.

캐나다 퀘벡의 한 병원에 갔다가 치료를 거부당해 사망한 원주민 조이스 에차쿠안(37)의 모습.

 

 

캐나다의 한 원주민 여성이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며 응급 처치를 거부해 캐나다에서 ‘제도적 인종차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게하네 카멜 캐나다 검시관은 5일(현지시간) 원주민 여성 조이스 에차쿠안(37)의 죽음이 “부정할 수 없는 인종차별 사례”라면서 “그가 만약 백인이었다면 지금도 살아 있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현지매체 CBC방송이 보도했다. 퀘벡 정부에는 “제도적 인종차별의 존재를 인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곱 아이의 엄마인 에차쿠안은 지난해 9월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퀘벡 몬트리올 북동쪽의 한 병원에 갔다가 검사 한번 못 받아보고 폐부종으로 사망했다. 의료진은 그를 마약중독자로 오해하고 금단 증상을 겪는다고 여겨 응급 처치를 거부하고 조롱했다. 이에 분노한 에차쿠안은 휴대전화 의료진들을 촬영해 페이스북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내보냈다. 영상에서 고통으로 울부짖는 그에게 간호사들은 “이제 장난 다 했어?”, “넌 진짜 멍청해” 등 모욕적인 말을 했다.
 

에차쿠안의 사망 직후 캐나다 곳곳에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까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제도적인 인종차별의 또 다른 사례”라고 말했다. 수도 오타와를 비롯한 각 지역에서는 원주민에게도 평등한 의료 접근 보장을 촉구하는 ‘조이스의 원칙’을 채택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하지만 정작 사망 사건이 일어난 퀘벡주는 ‘조이스의 원칙’ 채택을 거부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퀘벡미래연합당(CAQ) 소속 프랑수아 르고 퀘벡주지사는 “전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번 사건이 제도적 인종차별 사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제도적 인종차별은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가 지시의 형태로 내리는 조직적인 행동이지 일선 병원에서 일어나는 차별까지 ‘제도적’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카멜 검시관은 “제도적 인종차별은 이 시스템의 일부인 각 개인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시스템이 편견, 비난받을 만한 행동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원주민 커뮤니티를 하찮게 만들고 주변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의료계에서 원주민 인종차별은 현재진행형이다. 캐나다 가정의학회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원주민의 39~78%가 의료진으로부터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앞서 2008년에는 원주민 남성 브라이언 싱클레어(45)가 매니토바주 위니펙의 한 병원에서 34시간 대기한 끝에 방광 감염으로 사망했다. 병원 측은 그를 노숙자나 알코올 중독자로 여기고 방치했다. 당시에도 학계와 의료계는 인종차별 개선을 권고했으나, 브라이언 사망 후 13년이 지나도록 캐나다에 원주민 의료 접근권 보장이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고 현지 매체 위니펙선이 지적했다.

 

캐나다 시위대가 지난해 10월 3일(현지시간) 몬트리올 중심부에서 병원에서 숨진 원주민 여성 ‘조이스에게 정의를’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인종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몬트리올|AFP연합뉴스

캐나다 시위대가 지난해 10월 3일(현지시간) 몬트리올 중심부에서 병원에서 숨진 원주민 여성 ‘조이스에게 정의를’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인종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몬트리올|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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