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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거림⑰]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 ‘다산의 마지막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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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 기자 2020-11-21 14:22:55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습관’ 

 

 

우리는 가끔씩 찾아오는 인생의 정체 속에서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굳어진 습관과 생활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점차 하향 곡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하면 우리가 이루어낸 성취는 언제 있었냐는 듯이 사라지고 만다.

 

겪어온 세월과 경험만큼 더욱 단단해진 줄 알았으나 매일 마주보는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고 익숙한 풍경들에 길들여졌을 뿐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자리만 맴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산 마지막 습관’은 ‘다산 정약용’이 말년에 공부 했던 ‘소학’에 대한 이야기로써, 그는 다양한 업적을 쌓으며 인생의 정점을 찍었으나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경험을 통해 육십 년간의 모든 성취를 내려 놓고 매일 자신을 비우기 위해 ‘소학’에 몰두 했었다. 그가 집중했던 것은 ‘매일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토록 그가 기본에 집중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북적거림⑰]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 ‘다산의 마지막 습관’ [이미지출처= 교보문고]

 


 

‘다산’ 처럼 산다는 것


 

‘소학’은 가장 낮은 곳에 뿌리를 내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수양과 상대방을 대하는 몸가짐을 강조 한다. 이 말은 즉, 다스린 마음을 몸으로 옮겨 행동으로 실천 하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소학’ 은 도태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 속에서 적응 하기 위한 노력이 아닌 살아가면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르침을 되찾아 모든 하루에 충실히 살아가려는 자세를 습관으로 만들고 비우기를 반복하는 것을 얘기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도 ‘정리’와 ‘인사’이다. 읽는 이에 따라 어쩌면 시시하고 뻔한 이야기들의 가르침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소한 습관이라 일컫는 것 조차도 ‘소학’에선 난이도가 높은 가르침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공자는 ‘논어’에서 말하길 “일상에서 시작해 심오함에 도달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쓰레기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는 태도와 같이 일상에서 증명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완성에 도달할 수가 없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일상 속 안에서 이루어진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산 정약용’은 환갑 이후에도 매사 최선을 다하며 살았고 어린 아이부터 이름 없는 이웃 마을 사람들에게 까지 예의를 다하고 자신을 만드는 습관을 지켜나가며 매일 새로워지는 성장의 경험을 맛 보았다.

 

 

朝益暮習 小心翼翼 一此不懈 是謂學則 

[조익모습 소심익익 일차불해 시위학칙]

 

다산의 이 말은 외면의 엄정함을 말하고 있다. 내면을 잘 갖췄다면 겉으로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수양은 깊은데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거칠어 보인다. 하지만 내면은 잘 갖춰져 있지 않은데 겉만 번드르르한 사람은 스스르의 삶마저 기만하게 된다. 겉과 속이 잘 어우러져야 어른다운 어른이라 할 수 있다. 군자의 모습이 꾸며서 된 것이 아닌 것처럼 다산이 아들들에게 내린 말도 모습을 꾸미라는 가르침이 아니다. 스스로의 삶이 배움이며, 일상이 곧 배움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행하는 모습 자체다. 이루고 싶은 경지가 있다면 하루하루의 충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런 모습이 누적되고 쌓이면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평범한 일상들이 쌓여 비범해졌을 때, 우리는 ‘위대하다’고 한다.

 

_〈일상의 사소한 것들이 모두 나의 스승이다〉 중에서

 


 

‘기본’ 으로 돌아간다는 것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쌓여지는 경험과 혜안은 그 어느 것보다도 귀한 인생의 자산이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그 경험에 따라 의존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무엇이 옮고 그름인지를 떠나 내 기준과 판단에만 집중한다면 새로운 나와 마주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우리는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보는 순간을 맞이 한다. 남김없이 자신을 쏟아내고 살아왔다면 느껴지는 내 안의 고갈을 잘 살펴봐야 한다.

 

‘다산 정약용’도 그랬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삶의 바닥으로 내려왔지만 좌절하지 않고 후회와 미련으로 가득했던 생을 마주보며 잃어버렸던 가르침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자신을 채우며 부단히 비워냈다. 그러므로 고여 있던 습관에서 벗어나 기본으로 돌아가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거듭한 노력의 결과물 끝엔 무엇이 있을까? 능숙함이 아닌 인간다움 이다. 나와 타인에게 최선을 다하는 행위와 실천을 통해 이끌어내는 격을 인간다움이자 어른다움으로 보는 ‘소학’의 가르침은 내일의 우리를 이끌어 주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凡內外 鷄初鳴 咸?漱 衣服 斂枕? 灑掃室堂及庭 布席 各從其事 

[범내외 계초명 함관수 의복 렴침점 쇄소실당급정 포석 각종기사]

 

아침에 일어나 귀찮음을 떨치고 침대를 정리한다. 사소한 일이지만 나는 하루의 시작부터 이겨냈다. 첫 번째에서 이겼다면 두 번째에서도 이길 것이고, 그렇게 이겨낸 경험이 쌓이면 스스로를 이기는 것은 습관이 된다. 사소한 지점부터 차근차근 돌아보며 해법을 찾아 나간다면 고난을 이겨낼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그 시작은 바로 자신의 삶을 단순화하고, 옳지 않은 것은 중단하고, 주어진 일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공자가 말했듯이 그 어떤 높은 이상도 땅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신은 물론 온 집안이 부도덕한 사람이 사회의 정의를 부르짖는다면 우스꽝스러워 보일 뿐이다. 아무리 높은 이상도 그 시작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자신이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가는 일상이다. 일상에서 증명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인정받을 수 없다.

 

_〈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책상부터 정리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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