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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을 선언할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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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2     

손가윤 수습기자

 

손가윤 수습기자(사진부)

손가윤 수습기자(사진부)

 

‘나는 결혼하지 않을 거야.’ 이 짧은 한 문장에는 나의 성격부터 신념, 그리고 미래에 대한 숙고가 모두 담겨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고민을 쓸모 없게 느껴지도록 하는 한 문장이 있다. ‘그런 애들이 제일 먼저 시집가더라.’ 나는 하나의 선택지만을 강요하는 듯한 이 문장을 듣고, 비혼주의자,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얼마나 억압적인지 생각했다. 왜 유독 비혼을 선언하는 젊은 여성들에게는 강요와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까? 

 

결혼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면, 비혼을 선언할 자유도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혼자가 더 편해서, 혹은 현재의 결혼 제도가 그들의 사랑을 포괄하지 못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비혼을 선언한다. 작년 한 결혼정보업체가 25~39세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비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여성의 긍정 응답률이 73%로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젊은 여성의 비혼주의 성향이 남성보다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첫 번째 이유는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에 있다. 결혼, 임신, 출산과 동시에 여성 경력이 단절되며, 여전히 가사노동과 육아는 여성의 영역에 속한다. 1994년 출간된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 『19호실로 가다』는 수전의 삶과 죽음을 통해 여성이 경력 단절과 육아로 자신의 삶을 잃는 과정을 섬세히 묘사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 경력 단절의 가장 큰 이유는 육아와 결혼이다. 결혼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도 여성이 비혼을 결심하게끔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여성주의의 물결과 맞물려, 이제 많은 사람이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여긴다. 결혼이 당연한 미덕으로 여겨진 과거와는 달리, 여성들은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비혼주의 흐름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여성이 ‘사랑받지 못해서’ 결혼을 못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거나, 그들이 저출생의 주 원인이라며 문제의 책임을 돌리기도 한다. 여성들이 비혼을 선택하는 수많은 경제적, 사회·문화적 요인을 ‘사랑받지 못해서’라고 단정 짓는 것은 여성들이 겪는 문제에 공감할 생각조차 않는 차별적 사고다. 여성의 비혼주의 흐름을 저출생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책임은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이 아닌 출산과 육아의 과정이 여성의 삶에 극심한 부담이 되도록 하는 사회 구조에 물어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는 결혼 장려금이나 출산 장려금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조차 결여된 정책이다. 이런 정책은 오히려 결혼 제도의 울타리 밖에 속한 사람들을 ‘정상성’의 범주에서 배제하는 차별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미시적인 측면에서도 아직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여전히 수많은 여성들은 면접에서 결혼, 출산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가족들로부터는 결혼 시기에 대한 보챔을 받는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사회적인 시선이나 관습 때문에 결혼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면, 나는 무엇보다 자신의 삶 자체를 우선해서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결혼과 출산은 사랑과 연관된 가치있는 일이며, 그 가치를 폄하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다. 다만 나는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인생의 다른 수많은 일들에서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결혼도 하나의 소중한 가치지만, 결혼을 하지 않았을 때 일어날 수많은 다른 일도 똑같이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결혼이 삶에서 필수적이라는 강박을 갖지는 않았으면 한다. 삶은 하나의 정해진 목적이나 이유 없이 수많은 선택이 모여 이뤄진다. 그 선택이 결혼이든, 비혼이든, 동거든, 어떤 삶의 형태이든 간에 각자가 자유롭게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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