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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등골브레이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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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7 04:40
 

 

등록금·학원비·어학연수비 내가 번 거 하나도 없어

부모님 등골 빼먹는 불효자 맞아... 나도 내가 싫지만

스펙 강요하는 세상도 문제 있잖아?

나중에 다 갚을 거니까 투자라 생각하고 참아주세요

요즘 대학생들은 자신을 스스로 '부모님 등골 빼먹는' 등골브레이커라고 자조하고 있다. 일러스트=박구원기자 [email protected]

 

몇 년 전 초중고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은 한 겨울용 점퍼 브랜드가 ‘등골브레이커’로 불렸습니다. 학생들은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옷이지만 ‘부모님의 등골을 빼먹는다’고 할 정도로 고가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을 ‘등골브레이커’라고 부릅니다. 경제적으로 아직 자립할 나이가 안됐지만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준비한다는 이유만으로 부모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기고 있어서입니다. 등록금은 연간 1,000만원에 육박하고, 주거비와 생활비는 매달 100만원을 훌쩍 넘는 상황이지요. 게다가 스펙경쟁이 치열한 취업 준비를 위해서는 또 감당하기 힘들 만큼 많은 교육비를 지출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신을 ‘등골브레이커’라고 자조하는 20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취업 준비생 김모(25)씨는 자신을 주저없이 ‘등골브레이커'라고 인정했다. 대학생활 내내 경제적으로 부모님께 의지했고, 지금 현실에선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생활 내내 누구보다 열심히 취업을 준비해왔다”며 “스펙도 부모님의 희생 없인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김씨의 등록금은 한 학기에 360만원. 4년 동안 모두 부모님이 내주셨다. 그리고 그는 서울의 원룸에서 살았는데,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만원, 관리비 6만원을 부모님의 돈으로 내고 생활했다. 매달 용돈과 생활비로도 90만원 정도를 받았다. 4년간 월세로 살았고, 지금은 전세 7,000만원짜리 작은 집에 살고 있다.


그러나 김씨가 학교만 열심히 다닌 것은 아니다. 대학생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스펙 쌓기’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영어는 필수.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좀 더 저렴하게 어학연수를 다녀올 수 있는 교환학생을 선호한다. 하지만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선 토플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만 한다. 김씨 역시 한 동안 토플 시험 준비에 매진했고, 학원비와 교재비, 시험비로만 6개월 동안 500만원을 썼다. 물론 모든 비용은 부모님이 대주셨다.


그러나 결국 김씨는 교환학생을 포기했다. 일단 교환학생을 다녀오려면 2,000만~3,000만원이 드는데다 김씨의 동생 역시 부모님께 의지해 대학을 다니고 교환학생을 다녀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씨의 동생 역시 경제적으로 부모님께 의지하고 있다.

 

김씨의 취업 준비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취업 경쟁이 워낙 치열해지다 보니 면접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인다. ‘취업 성형’이라는 말도 그 때문에 나왔다. 김씨는 취업 성형을 하진 않았지만 고르지 못한 치아를 바로 잡기 위해 대학 기간 동안 치아 교정과 라미네이트를 했다. 대학생활 2년 반동안 치아 교정에 들어간 돈은 970만원이었다. 김씨는 또 취업에 유리할 것 같은 자격증을 따기 위한 학원을 다니는데 70여만원을 더 들였다.


김씨 역시 자신이 부모님께 큰 부담을 드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는 “철이 없을 때는 당연히 학업에 필요한 비용은 부모님이 대주셔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부담을 덜 드리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경쟁은 더 심해지고 사회는 더 좋은 스펙을 요구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취업대신 고시나 전문대학원 준비를 선택 해도 큰 돈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좀 더 안정적인 직업을 찾기 위해 약학전문대학원(약학대학) 입학을 준비 중인 이모(25)씨는 최근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을 치렀다. 8개월동안 학원에 다녔는데, 지난해 연말 특별 이벤트를 통해 488만원(8개월치)을 내고 학원에 등록했다. PEET 준비 학원 중 비싼 곳은 1년에 800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 PEET 시험비로 20만원이 추가로 들었다.


이씨는 대학 7개월 동안 매 학기 등록금 400여만원을 부모님께 받아 납부했고, 용돈은 매달 55만원 가량을 받았다. 여느 대학생에 비해 등록금 외엔 큰 돈이 들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 이씨는 지방 대학을 다니다가 서울 소재 대학으로 편입을 했다. 지방 대학생이라는 차별이 싫기도 했지만 적성에 맞게 전공을 바꾸고 싶기도 했다. 편입을 위해서는 1년간 학원비 720만원과 대학 10곳의 원서비 100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부모님께 당분간 손을 벌려야 한다. 남은 한 학기 등록금(약 400만원)과 약학대학에 입학하면 4년간 필요한 등록금(4,000만~4,800만원)은 고스란히 부모님께 기대야 한다. 그 역시 자신을 ‘부모님 등골브레이커'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이씨는 “PEET 같은 시험은 막연한 취업준비와 달라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모님도 힘드시겠지만 딸의 미래를 위해 큰 돈을 쓰시는 거니 나중에 갚아드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취업준비 부담이 적은 대학생도 등골브레이커가 되긴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대학 의과대생인 박모(25)씨 역시 학비와 용돈을 대부분 부모님께 의지해 생활했다. 일단 매 학기 학비는 약 800만원(등록금 680만원+재료비 120만원)이 들었고, 추가 기숙사비로 매 학기 80만원을 썼다. 의대 6년간 부모님이 납부한 학비만 1억원이 넘는다. 용돈은 매달 50만원을 받았고, 본과 2학년부터는 80만~100만원을 받아서 썼다.


하지만 의대에 다니면서 점차 씀씀이가 커졌다. 학업 스트레스가 큰 만큼 여가 생활에 비용이 많이 든다. 때문에 박씨는 본과 2학년 때부터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사용했다. 밤에 친구들과 스트레스를 풀거나 선후배들과 사교모임을 갖기 위한 비용이 점점 커져서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의대생들은 마이너스 통장에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박씨는 “의대생이 되면 은행들이 경쟁하듯 학교로 찾아와 마이너스 통장 개설을 안내해주고 권유를 한다. 이자율도 낮고 혜택도 크다. 주변의 의대생 절반 정도는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사용한다”고 말했다.

 

소득이 없는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1,000만원 가량 사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도 금액은 늘고, 이자율은 낮아진다. 의사자격증을 따면 연 1억원까지 마이너스 사용이 가능하고 이자율은 4%대로 낮아진다. 박씨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3,000만원 정도를 사용했는데, 처음엔 부모님 몰래 사용하다가 어머니가 아시고 많이 속상해 하셨다”며 “하지만 그 정도는 레지던트 기간에 쉽게 갚을 수 있다는 선배들의 말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허리 휘는 대학생 비용, 원인과 대책은?

 

우리나라는 대학생이 되어도 자립은커녕 부모님의 부담은 더 커진다. 특히 상당히 높은 수준의 등록금과 학비는 거의 대부분 부모님이 책임지고 있다. 그만큼 부모들은 본인들의 노후도 준비해야 하는데 대신 자녀들을 더 많이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이 2012년 실시한 청년패널조사(청년패널 6차 조사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의 경우 82%가 부모가 학비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대학생 본인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부모님 부담을 줄여보려고 해도, 생활비 정도는 충당할 수 있지만 학비는 사정이 다르다. 아르바이트로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뿐더러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자기 스스로 등록금 전액을 벌어 납부할 수 있는 대학생은 고작 2.5%에 불과하다.


최근 대학생들의 취업이 늦어지면서 부모님의 부담은 더 높아지고 있다. 취업이 안 되다 보니 휴학을 반복하거나 졸업유예를 하고,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서 예전엔 1,2가지 준비했던 것을 요즘엔 3,4가지 더 준비해야 한다. 취업 준비 기간과 비용이 증가하는 이유다.


심지어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장기 취업준비자’도 많아졌다. 이들이 대기업 공채에서 떨어지면 결국 공무원 시험이나 특정 자격증으로 눈을 돌린다. 또다시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하는 것이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취업 전문가들은 부모님도 지치고 취업준비생 본인들도 지치게 하는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틈새 시장’을 노리라고 조언한다. 예컨대 본인의 역량에 맞게 괜찮은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어느 정도 본인의 경쟁력도 갖추고 자격이 되면 대기업으로 이직을 하라는 것이다. 천영민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조사분석센터 부연구위원은 “대기업에 갈 수 있는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무작정 대기업을 찾기에 앞서 저학년 때부터 적절한 적성검사나 진로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대기업과 중소ㆍ중견기업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마당에 마냥 눈높이를 낮추라고 할 수도 없는 일. 천 연구위원은 “실제 분석을 해도 대기업에 들어간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도 안정적인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고, 중소 기업에서 이직을 한다고 해도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차이가 좁혀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마땅히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대기업만 노크하다 시간을 소모하기 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길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희경기자 [email protected]

 

김하나 인턴기자(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 4)

 

이화정 인턴기자(광운대 전자융합공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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