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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전 ‘손자병법’ 일본에서 ‘불패 경영 교과서’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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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 16.09.29 10:51

 

 

“싸움을 피하며 원하는 것 얻으라”…기업들 글로벌경쟁 속 생존지혜 구해

 

[일요신문] 난세의 영웅 조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회장. 다른 시대, 서로 다른 국적을 가졌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2500년 전에 써진 <손자병법>에 정통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빌 게이츠는 자서전을 통해 “오늘날 나를 만든 것은 손자병법”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손정의 회장 또한 “어려움에 부딪힐 때는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지침을 찾는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읽혀왔던 고전 <손자병법>이 “최근 일본에서 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일본 경제전문지 <주간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0% 이상의 경영자가 현장에서 손자병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고대 중국의 병법서가 왜 이토록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지 그 이유를 짚어본다. 

 

일본 상장기업 경영자의 30% 이상이 현장에서 손자병법을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어려움에 부딪힐 때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지침을 찾는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손자병법>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살았던 손무라는 명장이 그의 손자인 손빈과 함께 3대에 걸쳐 저술한 병서다. 중국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를 통틀어 ‘최고의 전쟁 연구서’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우리가 익히 들어 온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다” 등이 <손자병법>에 실린 유명한 문장들이다. 

흥미로운 건 최근 몇 년간 일본에서 ‘최강의 비즈니스 서적’으로 <손자병법>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병법서와 비즈니스서. 분명 주체는 다르지만, 전쟁이든 경영이든 ‘불패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은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동양고전 연구가인 모리야 아쓰시 씨는 일본에서 손자 열풍이 부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인과 기업이 그만큼 치열하고 냉혹한 경쟁 환경에 놓여있다는 증거다.” 잘 알려진 대로 <손자병법>은 전란이 끊이질 않았던 춘추전국시대, 어떠한 상황에 부딪치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담았다. 바꿔 말해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지금,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서로 손자병법만한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전략서라고 하면 대부분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주안점을 둔다. 그러나 <손자병법>은 다르다.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싸움을 피하며 원하는 것을 얻으라”고 강조한다. 애초 “승산이 없는 싸움은 하지 말라”는 것이 근본 철학이다. 

아무리 작은 싸움이라도 반드시 희생이 따르는 법. 사람도 조직도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먼저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지’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헤아려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이 원리를 잊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손자병법>은 “백 번 싸워 백 번을 이기는 것이 최고가 아니라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최고”라고 일침을 놓는다.

여기에 또 하나. <손자병법>이 현대 비즈니스맨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는 보편적인 진리에 있다. 인간의 모습을 치밀하게 관찰한 끝에 나온 지혜이기 때문에 시공을 초월하는 힘을 지녔다. 이것은 <손자병법>이 군사뿐 아니라 비즈니스, 정치, 스포츠 등 다방면에서 폭넓게 응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중책을 맡고 있는 경영자들은 고독과 싸워가며 조직에 필요한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문제는 불투명한 경영환경으로 인해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 이런 경영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경영철학’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주간다이아몬드>는 일본 상장기업의 경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어떤 경영철학을 참고하고 있는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손자병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답한 경영자의 비율이 무려 31%를 차지했다. 이는 ‘현대 전략 분야의 아버지’라 불리는 세계적인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으로 유명한 경영학자 짐 콜린스보다도 높은 순위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손자병법>은 어떻게 경영에 활용되고 있을까. 우선 일본 경영자들은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을 가장 좋아하는 손자의 말로 꼽았다. 손자는 이것을 오사(五事)라고 하여 “승리를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좀 더 자세히 살피면, 첫째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도의·도덕이다. 둘째는 하늘의 가호, 셋째는 지리적 조건의 이로움, 넷째는 통솔하는 총지휘자의 선정, 다섯째는 합리적인 조직 시스템을 의미한다.

아울러 경영 현장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사례는 <손자병법>의 본질인 전략론이었다. 요컨대 ‘경합 타사와의 경쟁’에 임하는 전략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너무도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무릇 싸우지 않고 계산하여 이기는 사람이 승리할 공산이 크다”는 뜻의 “부미전이묘산승자 득산다야(夫未戰而廟算勝者 得算多也)”를 꼽은 경영자들도 많았다.  

<손자병법>에 의하면, 가장 뛰어난 전략가는 결코 싸움에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이기려면 먼저 계획이 주도면밀해야 한다. 손자는 “승패는 싸워봐야 아는 것이 아니라 싸우기 전에 결정되는 것”으로 봤다. “아직 싸우지 않았지만, 사전에 객관적으로 계산해 승산이 있으면 실제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싸움을 시작하기 전 상대와 우리 편의 승산이 어떠한가를 살피는 사전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밖에도 “작록(爵祿)으로 지급하는 백금이 아까워 적정(敵情) 알기를 그만둔 자는 어리석음이 극에 달한 자”라는 손자의 말을 가슴에 새긴 경영자도 있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미야나가 순이치 사장은 “첩보전이라고 불릴 만큼 정보가 중요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이 말을 항상 떠올린다”고 전했다. 

약 2500년 전에 세상에 나온 책이지만, 여전히 비즈니스맨들에게 ‘불패 경영 교과서’로 통하는 <손자병법>. 이에 대해 일본 경영학의 일인자인 이타미 히로유키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손자병법의 특징은 굉장히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며, 짧은 말이지만 비유가 풍부하다는 점. 복잡 미묘한 문제를 명쾌하게 분석하는 힘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현재 일본 경영자들에게 결여돼 있는 요소들이다. 따라서 지금 일본 경제에는 손자병법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꼭 최고 경영자들에게만 손자병법이 유용한 것은 아니다. 메이지대학의 사이토 오타카시 교수는 “손자를 깊이 이해하고 전쟁에 임했던 무장들은 승리를 손에 거머쥘 수 있었다”면서 “비단 조직의 수장만이 아니라 중견, 신입사원들도 자신의 입장이나 상황에 응용하면 어떤 경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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