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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회사는 언젠가 반드시 망한다…지금, 빨리, 많이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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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 야노 히로타케는 히로시마의 잡상인이었다. 일정한 점포도 없이 트럭에 냄비 등을 싣고 다니며 팔았다. 날이 저물면 부인과 함께 수많은 제품에 일일이 가격표를 붙이는 것이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부인은 더 이상 일을 거들 수 없었다. 야노가 고심 끝에 찾은 해법은 모든 상품의 가격을 100엔으로 통일하는 것이었다. 일일이 가격을 매기고 표를 붙이는 일을 생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0엔숍'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최상철 일본유통과학대 상과대 교수는 "다이소는 야노 회장의 독특한 경영철학과 일본의 장기불황이 맞물려 일본 유통업계의 기적으로 불릴 정도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 핵심은 100엔과 고객의 가치였다. 한국 다이소도'1000원의 가치'를 기반으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1000원의 가치

1973년 어느 날 야노는 한 슈퍼마켓 앞에서 물건을 팔고 있었다. 한 주부가 친구와 함께 플라스틱 그릇을 집어들었다. 살까말까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친구가"싸구려 물건은 금방 못 쓰게 되니 사지마라"고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고객은 들고 있던 그릇을 내려놓고 나가버렸다. 

이 대화는 야노가 "싸구려라고 욕먹을 상품은 팔지 말자"는 신념을 세운 계기가 됐다. 이후 야노는 70엔이라는 구매가격의 한계를 없애고 때로는 100엔짜리를 사와 100엔에 팔기도 했다. 가격결정의 원칙이 '원가'에서 '고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야노는 이 같은 원칙과 신념을 발판으로 다이소라는 주식회사를 차려 100엔숍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이동형이 아닌 상설형 매장으로 형태를 바꿨고 지금은 전 세계 3000개에 육박하는 점포를 갖춘 세계적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1990년대 일본에 수많은 100엔숍이 생겼지만 다이소가 표방한 '100엔의 가치'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00엔에 물건을 사와 100엔에 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수많은 100엔숍이 다른 업태로 전환할 때도 오직 다이소만을 고집한 것도 차이점이었다. 

◆명동 강남 가리지 않는 확장

현재 다이소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은 한국이다. 2001년 107개에 불과했던 점포 수는 600개에 달한다. 2006년 1000억원 수준이던 매출도 지난해 4600억원으로 급증했다. 매장 위치도 강남 명동을 가리지 않고 생겨나고 있다. 강남 서초에만 24개 매장을 냈다. 마치 1990년대 다이소가 공격적으로 점포 수를 늘릴 때 썼던 '메뚜기 출점'전략을 연상케할 정도의 급성장이다. 이달만해도 10개의 점포가 새로 개장한다. 고용도 한 달에 100명씩 늘어 지금은 5000명에 이르렀다.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은 다이소에 납품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1년 일본과 합작으로 한국 다이소 사업을 시작했다. 박 회장이 대표로 있는 '한일 맨파워'는 일본 다이소의 주요 납품업체이기도 하다. 

한국 다이소를 시작한 박 회장도 야노 회장과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다. "1000원숍 한다고 명함을 내밀면 중소기업 사장들이 무시하듯 얼굴을 돌렸다. 10년 전만 해도 다이소 가자고 하면 젊은이들은 창피해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000원짜리지만 고객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말자"는 신조로 매장에 물건을 채워갔다. 그 결과 지금은'가치'를 파는 회사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회장은 "고객들이 명동을 한 바퀴 둘러보고 4층에 있는 다이소 매장까지 올라와 쇼핑을 하는 것을 보면 1000원짜리가 아닌 가치를 팔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오직 매장확대와 물건 확보에만 집중한다. 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는 1년에 한 번도 없다. 어떤 회사에서나 볼수 있는 사시나 사훈도 없다. 자금결제도 담당 임원이 알아서 한다. "5년 뒤 한국 다이소가 어떤 모습일 것 같으냐"는 질문에 박 회장은 "매일 물건 고르느라 5년 후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괴짜 경영자 야노

이런 박 회장의 모습은 야노 회장과 많이 닮아 있다. 

일본 다이소는 창사 이후 경영 목표나 계획을 세운 적이 없다. 회의도 거의 없다. 야노의 경영철학이 "임기응변만이 살길"이기 때문이다. 그는 100엔숍을 만들기 전에 아홉 번이나 실패를 해서인지 "회사는 (언젠가) 반드시 망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다이소 같은 기업은 3년 혹은 5년이면 망할테니 그때까지 열심히 100엔짜리 물건을 팔자"고 독려하고 다닌다. 

사원 교육은 외부강의나 세미나 참여가 아니라 자신이 소리지르며 질타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품질에 대한 집착은 지금도 여전하다. 

박 회장은 "납품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은 일본에 가는데 야노 회장은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금도 그자리에서 엎어버리고 난리를 친다"고 전했다.

김용준/김현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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