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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합리적인 비혼주의자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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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합리적 비혼주의자’ 홍경희 작가
비혼, 주체적인 삶의 방식 중 하나일 뿐
외로움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불필요
비혼주의자끼리 연대 이루며 살아야

 

결혼이 ‘필수불가결’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소위 말해 혼기가 꽉 찼는데도 결혼하지 않으면 무슨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결혼을 하지 않는 게 낯설지 않다. 상대방과 맞추어 살아가는 삶보다는 온전히 자신의 삶을 홀로 책임지며 살겠다는 데 청년들의 공감이 커지며 자연스럽게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다.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닌 하지 않는 ’비혼’은 청년들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본보는 청년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비혼 문화를 짚어보는 <비혼합니다>를 기획했다.

ⓒ게티이미지뱅크<br>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채희경 인턴기자】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난 홍경희 작가는 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내며 마음속 깊이 ‘Girl's Be Ambitious’를 품었다.

남들보다 큰 야망을 가졌던 그에게 당시 인생의 당연한 절차와도 같았던 결혼·출산·육아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할까 봐 두려운 일’이었다. 그의 눈에 비친 엄마, 아내, 며느리의 모습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수강한 여성학 수업은 결혼에 대한 그의 두려움을 비혼 결심으로 굳혔다. 그동안 막연하게 걱정했던 결혼제도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이해·비판할 수 있게 됐고, 멋지게 살아가는 여성 리더들을 가까이에서 접하며 ‘나도 저렇게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결혼하면 어떡하지’라던 회피적 걱정은 ‘결혼 없이 잘 살면 되지’라는 적극적 선택으로 변했다.

홍 작가는 현재 누구보다 책임 있는 자유와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 비혼에 대한 자신만의 솔직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책 <합리적 비혼주의자로 잘 살게요>에 담아 자신의 삶의 방식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했다. 홍 작가가 말하는 행복하고 합리적인 비혼은 어떤 모습일까.

홍경희 작가 <사진제공 = 홍경희 작가>

‘간헐적 연애하는 행복한 비혼주의자‘

홍 작가는 자신을 간헐적 연애를 하는 행복한 비혼주의자라고 소개한다. 그는 자신이 꿈꾸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비혼을 선택했다.

“제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어요. 저를 위해 계획하고 스스로 책임지며 평가하는 삶이죠. 이런 주체적인 삶은 제가 원하는 한 계속될 수 있어요. 이렇게 스스로를 위해 사는 게 무책임이 아니라 오히려 큰 책임감이죠. 이게 제가 비혼 선택으로 얻은 것들이에요. 이걸 변화라고 해야 할지 원래 모습을 유지한 것이라고 해야 할지는 애매하지만 말이죠.”

그가 생각하는 비혼은 무엇일까. 

“제 인생에서의 비혼은 기존 결혼 제도의 문제를 인식·거부하며, 나 중심의 1인 가구로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인생 형식이에요.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비혼을 선택한 경우도 있지만 어쩌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어요. 결혼에 대한 만족도가 다르듯 비혼도 만족도가 다양해요. 이 같은 다양함 모두가 비혼 담론에 포함됐으면 좋겠습니다.“

홍 작가에게 행복하고 합리적인 삶이란 ‘주체성과 자유로움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비혼 선택을 통해 이러한 삶을 비교적 마음대로 살 수 있었다.

“주 100시간씩 일에 몰두하며 성취감에 푹 빠진 시절도 있었어요. 하지만 돈보다 건강이 먼저라며 마흔 살에 이민을 선택했죠. 몸은 게으르지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현재의 여유를 누리고 있어요. 울고, 웃고, 힘들고, 보람 있는 다양한 순간들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니 모두 행복하고 감동적이었어요. 이런 내 나름의 행복하고 합리적인 비혼 생활을 에세이로 써서 비혼 콘텐츠가 늘어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서 책까지 내게 됐죠.“

ⓒ게티이미지뱅크

‘다양한 비혼 유형’도 존재

 홍 작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절친한 친구들은 그의 비혼을 적극 지지했다.

“친구들은 당차게 잘 살고 있는 제가 이상한 집안으로 시집가서 인생을 망할까 봐 걱정했지, 결혼을 안 해서 망할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그런 지지가 제게는 힘이 됐기 때문에 비혼 후배들에게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모임을 가지라고 권장하고 있어요.”

20년 전만 하더라도 독신주의라고 하면 주위에서 이상하게 바라보기 일쑤였다. 그러나 홍 작가는 최근 비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한층 실감한다.

“제가 30대였던 무렵에는 ‘골드 미스’라는 말과 함께 능력 있는 여자가 결혼 안 하고도 잘 사는 모습을 다루는 콘텐츠가 좀 생겼어요. 그런 게 전혀 없던 때도 있었기 때문에 반가웠죠. 하지만 능력이 아주 뛰어나서 결혼하지 않는 비혼만 인정받는 편견 때문에 다양한 비혼을 드러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죠.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에서 비혼 관련 해시태그를 쉽게 볼 수 있어요. 지역별 비혼 모임도 여럿 생겼죠. 비혼을 말할 수 있어야 여론이 형성되고, 더 나아가 우리를 위한 정책들을 요구하는 등 다양한 비혼 담론이 일어날 수 있어요. 요즘 이런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거 같아요.”

홍 작가는 시대 상황에 따른 생각의 변화가 비혼 청년을 크게 증가시켰다고 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발전하면서 가족 형태도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했어요. 이처럼 시대 상황에 따라 가족 형태가 변화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21세기 한국은 결혼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형성됐어요. 또 결혼이 장점보다는 단점이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났고요. 그래서 지금 같은 가족 형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사회가 혁신적으로 변화하다 보니 공부도 계속해야 하고, 평생 직종을 여러 번 바꿔야 할지도 몰라요. 유동적으로 변화에 대응하려면 비혼이 편한 거 같아요.“

또 경제적인 이유도 비혼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독박 육아, 대리 효도, 경력단절, 자존감 하락 등 가부장적 결혼 문화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런 상황에 놓이는 것을 거부하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어요. 과연 이런 변화를 되돌리고 막을 수 있을까요. 비혼을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보는 평가도 있고, 오히려 스스로에게 책임감이 있고 합리적이라고 보는 평가도 있어요. 세상의 평가는 다양하지만 비혼을 택한 당사자들의 이유는 하나에요. 현재 자신을 위한 최선의 가족관계를 비혼이라고 생각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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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의 남모를 고충도

비혼주의의 삶은 겉으로 보면 결혼과 양육과 같은 책임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모습으로 비치지만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어려운 점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한다.

”편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성공한 갑(甲)이 되고자 슈퍼우먼처럼 일했어요. 안전하게 살기 위해 비싼 주거비용을 들여야 했고요. 비혼 여성이 편견이나 안전을 걱정할 때 선택하는 해결책이죠. 하지만 이건 억울한 일이지 이상적인 방법이 아니에요.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돼 편견이 줄어들고 사회 안전망이 확대돼야죠. 또 비혼 가구의 주거를 지원하는 등 큰 틀의 해결책도 있어야 하고요.”

특히 홍 작가는 비혼 청년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한 비혼 생활을 위한 주거 지원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결혼 가구를 위한 ‘신혼부부 주택 지원 사업’ 등과 같이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지원도 늘길 바라요. 안전한 주거 문제는 1인 여성 가구에게 특히 큰 걱정이죠. 비혼만이 아니라 미혼 및 노인 등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공동주택에서 연대를 이루며 사는 방법이 많이 논의되고 있고, 이러한 주택사업을 하는 개인들도 늘고 있어요. 정부의 지원이 있으면 더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요.”

비혼 혹은 1인 가구라고 하면 흔히 외롭지 않냐고들 생각하지만 홍 작가는 외로움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불필요하다고 말한다. 

”20·30대에는 외롭지 않으려고 그저 그런 연애도 많이 했는데, 은퇴 뒤 천천히 생각해 보니 외로움이 꼭 피해야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불합리한 삶이 싫어서 자유로움을 택했으니, 자유에 따른 외로움도 인정해야 하는 거죠. 이렇게 생각이 바뀐 뒤로는 간헐적으로 연애를 하며 오히려 만족도가 더 높아졌어요. 외로울 때는 사색하는 시간을 갖거나, 취미를 늘리기도 하고, 공부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기도 했죠. 이전에는 외로움에 대한 걱정을 너무 과도하게 했던 것 같아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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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비혼을 위해선

홍 작가는 비혼이든, 결혼이든 ‘경제적 안정성’과 ‘심리적 안정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꼽았다. 

”비혼은 기혼보다는 시간이나 돈을 자신에게 투자해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편이에요. 이런 장점을 낭비하지 않고 인생 계획을 세우거나 자기관리에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해요. 외로움을 잘 관리할 줄도 알아야죠. 외로움에 먹히는 사람에게는 사기꾼이 달려들기가 쉬워요.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며 스스로를 잘 챙기는 습관도 중요해요. 이런 모든 것에 자신 없다고, 그걸 대신해 줄 사람을 결혼을 통해 찾으면 된다는 건 비겁한 답이죠. 스스로도 책임질 수 없는 사람이 어떻게 가족을 만들어 그들에게 잘 해줄 수 있을까요. 자신을 단련하고 성찰하면서 단단한 인간이 되려는 노력을 해야 해요.”

홍 작가는 비혼주의자끼리의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혼에 뜻이 있는데 결혼한 사람들에게만 둘러싸여 있으면 비혼의 좋은 영향력을 얻기 어려워요. 비슷한 가족관·세계관을 가진 지인들과 깊든, 얕든 관계를 맺어 진짜 내 관심사를 말하고 나눠야 정신건강에도 이로워요. 단, 비혼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모여도 각 개인 성격이나 가치관은 다를 테니 잘 맞는 사람들을 찾아가려 계속 노력해야겠죠. 비혼에 관한 드라마, 영화, 책을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도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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