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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매력 자본…아름다움을 어떻게 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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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하킴 지음/ 이현주 옮김/ 민음사/ 1만6000원“미모는 아멕스카드만큼 훌륭하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미모가 최고의 소개장이며 이걸로 계급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얼굴과 섹시한 몸, 사교술, 활력, 우아한 패션, 성적 능력의 값어치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영국 사회학자 캐서린 하킴은 이런 것들을 매력 자본(erotic capital)이라고 부른다. 이는 경제적 자본(무엇을 가졌는가), 인적 자본(무엇을 아는가), 사회적 자본(누구를 아는가)에 이은 제4의 자본이다. 

‘매력 자본(Honey Money)’은 아름다움이 곧 돈과 권력이 된다는 명제를 풀어 쓴 것이다. 놀라운 비밀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아름답고 섹시한 사람들이 연봉을 20%나 더 받고 백만장자와 결혼할 가능성이 더 높은 까닭은 굳이 어렵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지젤 번천이나 케이트 모스 같은 모델들이 젊은 나이에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는 까닭을 이해하는 데 무슨 특별한 이론이 필요한가. 

하지만 하킴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는 매력 자본의 원천을 희소성에서 찾는다. 다른 모든 자본처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면 값이 뛴다는 것. 

하킴은 특히 남성의 ‘성적 결핍(sex deficit)’에 주목한다. 30대가 되면 여성의 성욕은 줄어들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아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생긴다. 이 덕분에 여성은 남성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들은 오랫동안 여성들이 매력 자본을 활용할 수 없게 억압했다. 

“기독교는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모든 것이 불결하며 인간성의 비천한 측면이라고 비난했다. 이슬람교는 여성의 매력은 전적으로 남편의 것이므로 여성은 집 밖에서 온몸을 가리고 다니라고 요구한다.

 

하킴은 또 매력 자본 개념을 싫어하는 페미니스트(여성주의자)들을 비판한다. “그들은 여성에게 매력 자본이 어떻게 올가미가 아니라 자산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가부장적 가치를 주창하는 종교와 우익 집단이 급진적 페미니스트들과 손잡고 매춘 금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걸 봐도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하킴은 여성들이 매력 자본을 최고의 무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기의 인적 자본을 활용하는 이들이 존경받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력 자본을 최대한 이용하는 사람들이 왜 무시당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남성의 이익만 극대화하는 법률과 정책에 깔려 있는 청교도적, 가부장적 도덕성을 버릴 때가 왔다.” 

하킴은 더 나아가 “매춘 금지는 1920년대 미국 금주법처럼 범죄조직의 배만 불려줄 뿐”이라고 얘기한다. 인도에서는 가난한 여성이 대리모 임신으로 10년 치 소득을 한꺼번에 벌 수 있다는 점도 상기시킨다. 

매력을 무기로 활용하라 

광고와 연예산업에서 매력 자본은 비싸게 팔린다. 피겨스케이팅과 볼룸 댄스는 건강미와 열정, 완벽한 몸매가 어우러진 인기 있는 오락이다. 트로피 같은 아내는 그 자체가 사회적 신분의 상징이다. 매력 자본은 소득이 늘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상급재(우등재)다. 

화장품 회사를 만든 헬레나 루빈스타인은 “못생긴 여자는 없다. 다만 게으른 여자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염문을 달고 사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77)는 성형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하킴 관점에서 보면 매력을 가꾸는 화장과 미용성형이 합리적인 투자다(세계 최고의 성형공화국인 한국의 세태에 대해 하킴은 아무 말이 없다). 

이 책은 잘생긴 이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는 경제학자 대니얼 해머메시의 책(Beauty Pays)이나 외모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자는 법학자 데버러 로우드의 저서(The Beauty Bias)와 대비된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전통 문화와 상업적인 외모 지상주의가 충돌하는 한국에서 ‘매력을 팔라’는 하킴의 주장은 어떤 반향을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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