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서평]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 경제학자의 행복 수업

Winnipeg101 LV 10 21-12-16 302
533.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진정한 행복이란?

 

"행복으로 가는 하나의 길은 없다. 행복을 만드는 특허 조제법은 없다. 행복의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은 없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분명히 사람 수보다 많고, 적어도 사람 수만큼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극소수만이 행복을 쉽게 얻는다."(225페이지)

 

철학자가 아닌 두 경제학자가 쓴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은 행복의 본질을 다양한 분야와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길 원한다. 본래 철학적 주제였던 행복의 문제는 오늘날 다양한 개별과학의 주제가 되고 있다. 경험과학은 ‘행복의 법칙성’을 찾으려 한다. 이 책도 그런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지만, 눈여겨볼 점은 이 책이 단순히 행복의 공식을 소개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기존의 행복관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고, 오늘날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묻는 데 있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철학, 생물학, 심리학, 경제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말하는 행복을 분석하고 검토한다. 두 저자는 철학의 행복 개념으로부터 경험적이며 순간적인 행복인 '헤도니아(hedonia)'와 최고선이자 영구적인 행복인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를 구분하고, 우리가 훈련과 명상을 통해 영구적인 행복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의 관점에서 볼 때 행복은 이미 유전자에 의해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다. 행복은 감정의 문제이고 이런 감정을 지배하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행복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우리의 문화에도 깊게 관여한다.

 

심리학은 오래 전부터 행복을 수치화하고자 노력해 왔다. 심리학은 행복감의 마음 상태를 측정하고, 행복에 영향을 주는 성격 지수를 개발함으로써 행복을 수치화한다. 그러나 저자는 극히 주관적인 개인의 마음 상태와 감정을 서로 비교하고, 그것을 과연 수치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경제학은 심리학과 다른 방식으로 행복을 계량화한다. 공리주의적 관점에 근거해 경제지표와 사회지표를 관찰하고, 이를 기초로 행복의 총량을 계산하고 측정한다. 저자는 이 분야의 전문가답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경제학에서 말하는 행복을 계량화하고 측정하는 도구와 방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방법의 진위를 떠나, 이러한 노력이 과연 인간을 진정으로 얼마만큼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묻는다. 결국 행복을 수치화하고, 불운을 가격으로 매기고, 삶의 만족과 건강을 유지하는 비용을 따지며, 환산하는 일이 부질없음을 경고한다.

 

2부에서는 흥미롭게도 현대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돈과 관련하여, 인간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지 묻는다.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소비와 행복은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비사회에서 인간은 끊임없는 욕망을 불태우며, 돈을 통해 이런 욕구를 충족하고, 기쁨을 얻는다. 분명 돈은 어느 정도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이바지한다. 그러나 돈이 궁극적으로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저자에 의하면 소득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있듯이, 행복감에도 그 상한선이 있기 때문이다. 돈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결국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경제법칙에 따라, 물건은 소비하면 할수록 그 효용가치가 떨어지며, 그만큼 행복감도 줄어든다. 사실 삶에는 돈 보다 더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많다. 돈보다 소중한 것으로 시간, 자유, 사랑, 친구(우정), 신뢰, 건강 등을 꼽는다. 흥미로운 것은 건강과 행복의 관계이다. 행복은 실제로 심혈관을 개선하고, 면역 체계를 강화하며, 심근경색과 뇌졸중과 감염의 위험을 낮추고, 염증을 완화하며, 회복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3부는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겪는 불행과 시련을 견디는 방법에 관해 소개한다. 저자는 우선 인간의 '회복탄력성'을 언급한다. 두 저자는 경제학자답게 우리에게 이런 회복력을 주는 요소로 친구의 우정, 순기능을 가진 사회 환경, 의미부여 등 소위 '행복 자본'을 언급한다. 이런 행복 자본이 준비되어 있을 때 우리는 그 어떤 충격도 극복할 수 있으며, 불운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한편 우리가 긍정적인 기억을 갖는 것은 불행을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정치와 행복의 관계에 관한 저자의 말이다. "행복 지휘권을 정치에 넘기는 것은 목적지로 가는 바른 길이 아니며, 지금이야말로 유토피아와 작별할 시간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국가가 행복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삼는 거기에는 항상 함정이 도사리고 있으며, 비록 그 의도가 선하다고 할지라도 결국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자 포퍼(Karl Popper)는 행복을 정치적 수단으로 삼는 국가는 결국 전체주의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가가 할 일은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 자유를 통해 개인이 행복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행복은 국가나 타인을 통해 주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스스로 찾는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불행은 행복의 장애물이기보다는 오히려 행복한 삶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행복의 주체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삶이 아무리 부조리하고 모순될지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 행복의 주체라는 점 때문이다. 즉 행복의 지름길은 우리 스스로 자기 존재의 의미를 붙드는 일이다. 우리는 각자 스스로 자기 삶을 담금질하며 행복을 만들어가는 진정한 대장장이다.

 

저자: 하노 벡(포르츠하임대학교 교수), 알로이스 프린츠(뮌스터대학교 교수)
역자: 배명자
출판사: 다산초당
출판일: 2021.2.
쪽수: 275
서평자: 홍경자 한림대학교 생명교육융합협동과정 대학원 조교수(독일 뮌스터대학교 박사)

태그 : https://www.naon.go.kr/content/html/2021/06/23/52d465e9-bb4c-4073-8782-c2b8faa80e64.html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