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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사람에겐 "싫어요" 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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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9/03 16:35

수정 2021/09/04 08:14

 

 

나는 내가 먼저입니다 / 네드라 글로버 타와브 지음 / 신혜연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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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탑승한 비행기가 추락할 때 산소마스크는 누가 먼저 써야 할까. 어른인 내가 먼저 착용해야 할까. 아니면 아이를 먼저 챙겨야 할까. 정답은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먼저'다. "다른 사람을 돕기 전에 자신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하십시오." 이런 비슷한 기내 안내 방송을 들어봤을 것이다. 유아를 동반한 보호자도 마찬가지다. 왜일까. 높은 고도에서 항공기가 갑작스럽게 추락할 경우 몇 초 만에 저산소증으로 기절할 수 있다. 아이가 혼자 남으면 위급 상황에 대처하기 더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어른이 먼저 호흡기를 착용한 후 아이를 도와줘야 한다. 

간단한 것 같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이 상황은 모든 인간관계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돕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히면 자신부터 돌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잊는다고 한다. 그 대상이 자식일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미덕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방적인 희생은 결국 자신도, 아이를 망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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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드라 글로버 타와브의 '나는 내가 먼저입니다(원제 Set Boundaries, Find Peace)'는 제목 그대로 나를 중심으로 관계의 선을 잘 그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미국에선 '바운더리 바이블'로 통한다. '바운더리'는 나와 타인 사이의 적절한 경계선을 말한다. 이 선을 너무 허술하게 그려도, 너무 깐깐하게 '철벽'을 쳐도 문제가 발생한다. 

저자인 타와브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심리치료사 중 한 명이다. 상담을 하려면 최소 1년 전에 예약해야 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매주 공개 상담과 Q&A를 진행하며 110만 폴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저자는 14년간의 상담 경험과 심리학 이론, 인지행동치료를 바탕으로 스트레스부터 불안, 우울, 분노, 번아웃 등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실용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경계선이 흐릿하면 억울한 감정이 들 때가 많고 그 결과 배신감이나 좌절감, 짜증, 속상함, 분함 등을 느끼게 된다. 억울한 감정이 들기 시작하면 타인을 대하는 방식에 문제가 생긴다. 

목차를 넘기자마자 16가지 바운더리 자기평가표가 있다. 거절하고 싶을 때 잘 거절하지 못하는가. 소셜미디어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가. 부탁을 거절하면 죄책감이 드는가. 사람들을 사귈 때 너무 빨리 개인 정보를 털어놓는가. 이 항목을 통해 자신의 바운더리가 허술한지, 경직돼 있는지, 건강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다양한 상담 사례도 타인과의 '안전 거리' 설정에 도움을 준다. 

'애정결핍'인 A씨는 만난 지 10분도 안 된 상대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쏟아놓곤 했다. 급기야 친구 한 명이 조금 거리를 두자는 말을 꺼냈다. A씨는 상담실을 찾았다. 알고 보니 A씨 아빠는 아내가 외도한 일까지 딸에게 모두 다 얘기했다. 

하지만 딸이 자신의 비밀을 공유하려 하자 아빠는 딸의 감정을 무시하고 비판적으로 대했다. A씨에게 관계란 모든 것을 다 말하는 친밀함을 의미했다. 하지만 정작 그럼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바운더리를 침해한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상담 목표는 그가 자신의 감정을 올바로 인식하고, 자신의 실수를 용납하며, 자존감을 높여 스스로 건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일로 구성됐다. 

A씨 사례처럼 'TMI(Too much information·너무 많은 정보)'를 남발하는 것도 바운더리 침해인 셈이다. 바운더리에는 신체적, 섹슈얼, 지적, 감정적, 물질적, 시간이라는 6가지 유형이 있다. 

저자는 바운더리가 확실한 사람이 돈도 더 잘 모은다고 주장한다. 돈을 빌려달라거나 당신을 재정적으로 이용하려는 요구를 잘 거절할 줄 알아야만 돈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왜 나는 이런 사람들만 꼬이지?'라는 생각이 들 때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나의 어떤 점이 이런 문제적 사람들을 끌어당기는가. 이 사람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우려 하는가. 이 관계에서 나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무례하게 선을 넘는 사람들에겐 "싫다면 어떻게든 싫은 티를 내라"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등 사이다 같은 주문들이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바운더리를 정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 말라고, 결국 내 삶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선 바운더리를 긋는 행동을 주저해선 안 된다고 저자는 독려한다. 바운더리가 있다고 해서 덜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인간관계가 뒤죽박죽이고 뭔가 손해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가, 또 관계를 끊고 싶은 상대가 있는가. 가족, 직장, 친구, 연인 등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 가능한 '바운더리 마술'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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