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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선(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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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7     대학신문

 

 

사다나 스리다(국제통상전공 석사과정)

사다나 스리다(국제통상전공 석사과정)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선이 존재한다-국경, 위도, 경도 등. 우리는 이런 선들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배우는 대로 선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평생 지키며 살아간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사회생활을 통해서도 인간 관계에 존재하는 선에 대해 배운다. 여기서 ‘선’이란 조화로운 인간 관계를 위해 각 개인들의 영역을 적절히 지켜주는 기준점을 말한다. 그리고 이 선을 지키는 것 역시 우리 삶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불문율이다. 그러나 때로 이 미묘한 선을 잘 파악하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 사이의 선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소중한 관계가 틀어진 적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선을 알아본다는 것은 외국인으로 한국에 살고 있는 내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유학 생활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다. 이 글에서 나는 한국 유학 생활이 내가 사회에 존재하는 선을 이해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말해보고자 한다.

 

나는 이역만리 한국에 와 살면서 한국 사회에 깊이 스며들게 됐다. 하지만 한국은 다소 폐쇄적인 사회인데다가 나는 ‘눈치’ 없는 외국인이라 양 문화 차이 때문에 처음에 선을 알아보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예컨대 한국 사람들끼리 ‘언제 한번 밥 먹자’라는 말은 일반적인 인사지만 나는 진짜 밥 먹자는 사람의 말과 그냥 인사상 하는 말을 구분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또한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위계 질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나와 겨우 한 살 차이 나는 친구라도 내가 그 친구에게 언니가 되거나 그 친구가 내게 언니가 되는 것이 신기했다. 이후에 나는 한국 사람들이 그런 호칭으로 사람 관계에 선을 긋고 없앤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 이런 문화에 익숙해진 나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누군가 나를 ‘언니’ 혹은 ‘누나’라고 불러주지 않으면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 오히려 섭섭해지기도 했다.

 

또 한 번은 한국인 룸메이트 언니의 어떤 습관을 가벼운 농담 삼아 ‘강박’이라고 표현했던 말이 그 언니에게 상처가 된 적이 있었다(영어권 문화에서는 한국의 ‘강박’에 해당하는 ‘OCD’라는 단어를 가볍게 친구끼리 사용한다). 그러나 나는 한국에서 이것이 선을 넘는 말로 간주된다는 것을 후에 깨달았다. 즉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라는 말처럼.

 

이와 같이 사람 사이의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나는 인간 관계에서의 선을 지키기 위한 나만의 요령을 발견할 수 있게 됐다. 그것은 바로 ‘거리를 두며 소통하기’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그럴 때 소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상대방의 입장을 파악하기 위해 질문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질문하는 것이 끝이 아니다. 선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이 질문을 통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그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언젠가 한 교수님 앞에서 ‘교수님이 저희에게 시키신 과제’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교수님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알아차린 적이 있다. 교수님의 반응에 의문이 들었던 나는 조심스레 질문을 드렸고, 교수님은 ‘시킨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발전을 위해 ‘내준’ 과제라고 설명을 하셨다. 나는 단순히 영어로 ‘Assign’에 해당하는 한국어를 사용한 것이었는데, 한국 문화에서 ‘시키다'라는 말에는 부정적 어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즉 나는 보이지 않는 선을 찾으려면 먼저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체득한 것이다. 

 

유학 생활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 놓았다.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내 관점도 달라졌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그리고 나처럼 한국을 사랑해 이곳으로 오게 된 다른 유학생들 을 통해 그들의 고유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세상에 대한 나의 시각도 매우 유연해졌다. 이렇게 나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각 문화 속 선을 대하는 나만의 요령을 계속해서 퇴고해간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선을 알아가시는가? 

 

 

 

-나의 담백한 글을 맛깔나게 만들어 준 나의 친구 김지연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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