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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대인관계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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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0 15:29:49

 

 



[월간노동법률] 김형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심리전문가
'회사 보고 왔다 사람 보고 나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직장생활에서 힘든 것이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이며, 이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중요한 문제다. 개인적으로 얼마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느냐는 업무 수행에서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과 연결된다. 또한 회사 입장에서 훌륭한 팀워크는 사업의 성패, 크게 보면 기업의 사활과 연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회사는 조직관리 방안으로 팀빌딩을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과 조직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느 조직이나 선을 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들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며, 단단했던 조직을 와해시키고 구성원들을 순식간에 긴장상태로 몰아 넣을 수 있다. 그 결과 개개인 직장만족도가 저하되고, 팀의 업무수행능력 또한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직장 내에서 선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1.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대인관계에서 지켜야 할 선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는 에드워드 홀이라는 인류학자가 그의 저서 '숨겨진 차원'에서 인간의 공간 사용법을 제시하면서 처음 사용된 용어로, 다른 사람에게 침범 받고 싶지 않은 일정한 공간을 말한다. 에드워드 홀은 친밀도에 따라 다른 사람 사이에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한지 제시했는데, 가장 먼저 친밀한 관계에서 허락되는 '밀접한 거리(Intimate Distance Zone)'는 0~46cm미만이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처럼 친밀한 사이에만 허락된 거리다. 다음은 '개인적인 거리(Personal Distance Zone)'로, 물리적 거리가 46cm~1.2m다. 손을 뻗으면 상대방을 잡을 수 있는 거리인 만큼, 친구나 가까운 동료와 관계에서 허락된 거리라고 할 수 있다. 적당한 친밀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의 격식이 필요한 거리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사무적이고 공식적인 관계에서 유지되는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 Zone)'는 1.2m~3.6m로, 어떤 특별한 노력이 없는 한 상대방과 닿지 않기 때문에 회사나 개인적인 관계에서 필요한 거리다. 마지막은 개인과 대중 사이의 거리를 뜻하는 '공적인 거리(Public Distance Zone)'로, 3.6m~7.5m이다. 이는 배우와 관객, 강사와 청중 사이에 유지되는 거리다. 이러한 퍼스널 스페이스는 물리적인 거리이기도 하지만 심리적 거리이기도 하다. 서로에 대한 신뢰도나 친밀도에 따라 허용 가능한 심리적 거리가 정해진다. 또한 얼마나 타인에게 개방적인 성격인지, 그리고 관계를 맺는 대상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다. 

이는 어느 문화권에서나 관찰되기 때문에 인간이 지닌 보편적인 특성으로 볼 수 있다. 생각해 보자. 버스에 탔는데, 승객이 아무도 없다. 다음 정거장에서 탄 사람이 숱한 자리를 두고 자신의 옆자리에 않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왜 하필 그 많은 자리 중 자기 옆자리에 앉았는지 의아해 할 것이며, 혹시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할 것이다. 그리고 상당수는 그 사람과 떨어져 앉기 위해 자리를 옮길 것이다. 이는 낯선 사람들과 하루에도 수없이 조우해야 하는 인간에게 잠재적인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본능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사람이 기대되는 정도의 선을 지키지 않고 침범했을 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개인이 정해 놓은 심리적 거리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선을 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또한 예의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상사가 선을 넘는 질문을 하거나 말을 해도 아랫사람들이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퍼스널 스페이스를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세대별로 기준이 상이해, 세대갈등과 직장 내 대인관계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퍼스널 스페이스의 형성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개인의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겠지만, 경험과 학습 또한 퍼스널 스페이스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인구가 많았다. 이전까지는 농업중심 사회라 대부분 농촌에 살았는데, 이때는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사돈의 팔촌까지 뭐 하는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에 무관심하고 무정한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인구의 90%가 넘는 인구가 도시에 살고 있을 정도로 도시화가 됐으며, 요즘 20~30대들은 50, 60대가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하면 동시대에 그런 세상을 살았던 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한다. 요즘은 같은 아파트 맞은 편 이웃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만큼 사람 간 신뢰를 형성하기 어렵고, 대인관계에서 불안과 긴장수준이 높아진 만큼 퍼스널 스페이스의 직경은 넓어지게 돼 있다. 이러한 변화는 TMI(Too Much Information), 오지랖퍼 등의 신조어를 불러왔는지도 모르겠다. 상대에 대해서 많이 알고 싶지도 않고,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다른 세대 간 퍼스널 스페이스 격차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차이를 잘못으로 여기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2. 사람 간 안전거리를 유지하자

당신이 자동차 운전을 한다면 알 것이다.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군가 당신의 차 뒷꽁무니에 바짝 붙어 운전을 한다면 어떤 마음이 들겠는가? 혹시나 사고가 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들고 긴장될 것이다. 그리고 화가 날 것이다. 상대가 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는지. 따라서 상대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개인적인 질문을 했을 때, 상대가 불편한 마음을 비친다면 물러나야 한다. 친해지고자 하는 목적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오히려 상대의 심리적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사람 간 지켜야 할 거리는 세대마다, 개인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불편하지 않더라도 상대가 불편하다고 하면 이를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3. 자신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표현하자

기본적으로 수십년을 살아온 직장인들은 숱한 대인관계를 통해 눈치를 발달시킨다.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감정이나 생각을 헤아리고, 그에 맞춰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만나면 통성명과 동시에 나이를 묻고, 상하관계를 정리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특히 상사와의 관계에서는 불편한 마음을 내비치는 것이 어렵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부하직원과 대화에서 사적인 것을 물을 때나 조언을 할 때는 혹시 자신의 말이 불편하지 않는지 물어보는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직장 내 대인관계에서 상사든 동료든 아니면 부하직원이든 대화 중 선을 넘어 불편함을 느낀다면 이를 표현하자. 그래야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며, 적정한 안정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불편한 마음이 있는데도 이를 표현하지 않아 상대방이 퍼스널 스페이스를 침범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자신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이다. 

회사에는 살아온 궤적이 다르고 나이도, 성별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런 사람들이 잘 지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장 동료들과 잘 지내는 것을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해, 그리고 어쩌면 개인의 행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만족스러운 대인관계를 위해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선을 지키는 것이다. 퍼스널 스페이스를 잘 지켜줄 때 서로의 심리적 거리가 한층 좁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상처가 됐다면, 상대방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무시하고 나만의 거리감으로 다가가려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조금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서로 간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다면, 이전보다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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