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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정혜련의 영원한 현역(1) '나'를 찾으면 은퇴의 삶이 보인다

Winnipeg101 LV 10 22-01-06 263

입력 2017.07.12 04:00

업데이트 2017.11.01 13:47

 

 

 

“은퇴를 하면 꼭 재무적 이유가 아니라도 활기찬 삶을 위해 재취업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학교 졸업 후 첫 직장에 취직하려면 스펙을 쌓아야 하듯이 재취업에도 그에 맞는 스펙과 경력이 필요하다. HR 전문가가 케이스별로 준비해야 할 경력관리 방법을 추천한다. <편집자>”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한 외국계 회사에서 인사담당 임원을 하는 50대 지인이 있다. 그에게 안부를 물으면 꼭 이렇게 답한다. “전 매일 잘 놀고 있습니다.” 물론 그는 매우 바쁜 사람이다. 하루를 분초로 나눠 일정을 소화한다. 그래서 잘 놀고 있단 얘기를 그저 농담으로 받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는 진지하게 은퇴 후 생활을 예상하면서 자신을 이렇게 표현한다. ‘놀기를 제일 좋아하는 사람.’ 그는 그렇게 자신을 정의 내린다. 은퇴 준비도 그에 맞췄단다.

놀기 좋아한다는 그 임원의 간단한 은퇴 계획이다. 50세 중반에 회사를 그만둔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부부 세계여행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가슴이 떨릴 때 여행 가야지요. 무릎이 아니라···.”

 

여행을 다녀와선 고향인 시골로 내려갈 계획이다. 시골에 집을 지으면서 손님을 위한 별채도 지어두겠단다. 그래서 늘 손님을 초대하고 맞이하는 걸 일로 생각할 거란다. 그는 ‘잘 놀기 위해’ 퇴직금과 연금을 활용해 재무적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두 아들을 위한 아파트를 남겨주고 부부가 쓸 생활비가 있어야 놀 수 있단 생각이다.

 

대개 안부를 물었을 때 ‘논다’고 답하진 않는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서다. 자신 스스로가 솔직하게 ‘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지라도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 지 주위 시선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직장이라는 견고한 틀에 갇혀 지냈다면 더욱 그렇다. 조직 내 역할에 따라 모범적인 이미지를 구축했을 거다.

 

그런 조직이나 비즈니스에 몸담은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런 이미지는 굳어진다. 그래서 안부를 물어보면 실제 자신과는 다른 모습을 그려낸다. 그런데 은퇴해서 직무와 조직을 떠났을 때도 그런 이미지가 유효할까?

 

은퇴 이후의 또 다른 세상

조직의 무게나 직장이라는 간판을 내려놓으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모든 것을 맨바닥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 땐 ‘나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과 대면하게 된다.

 

가족이라는 기본적인 관계도 달라진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빠, 누구의 배우자라던 가족 관계상의 규정도 의미가 달라진다. 은퇴해서 새로 시작하는 자연인만 남는다.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려면 그런 ‘나’부터 찾아야 한다.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 나는 어떤 사람이고자 하나?

 

질풍노도의 시기에 삶의 방향을 정하려고 스스로에게 한 번쯤 던져봤던 질문이다. 질문은 같지만 무게감은 다를 거다. 반백년 이상 살아오면서 삶에 대한 철학이 탄탄해졌다. 그리고 또 다시 불안한 미래로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다른 누구와도 타협할 수 없는 나의 삶을 그려야 한다. 남은 인생을 무엇을 하며 행복해 할 것인가 알려면 보다 솔직하고 깊이 있는 자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나는 한 마디로 ( )다.

이 괄호를 채워보자. 살아온 삶의 전반이 정리된다. 또 향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 괄호를 채우고 그 내용의 내가 세상에 비춰지는 나와 같아지도록 하면 솔직한 답변이 된다. 그러면 원하는 삶의 주인공이 된다. 삶의 무대가 밝아진다. 정했으면 널리 알려라. 가족과 지인에게 이제 나는 무엇이라고 이야기하라. 그래야 그들이 도와준다.

 

은퇴는 다음 인생의 시작이다. 그 기준부터 정해야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할 수 있다. 남이 시켜서, 남이 하니까 따라 했던 커리어 패스와 질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노는 걸 좋아한다’는 그의 말은 가볍지 않다. 가장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정혜련 HiREBEST 대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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