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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다 - 암은 왜 생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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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입력 2021.12.01 08:00

 

 

의학박사 이광민의 [슬기롭게 암과 동행하는 방법] (20)

[정신의학신문 :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이광민 의학박사] 

 

 

 

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다 - 암은 왜 생기는 걸까?

 

암은 왜 생기는 걸까?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암을 겪어본 당사자라면 이러한 생각을 해 본 적 있을 것입니다. 주변인의 암 경험, 건강 방송 프로그램 등으로 우리는 암에 대해 익숙하게 들어왔으나, 암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어떻게 발생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합니다. 실제로 본인이 경험하지 않는 이상 와닿지 않으니 당연합니다.

 

‘황배우’씨와 함께 암 경험자의 시선에서 암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왜 발병하는지에 대해 접근해본다면, 더욱더 현명하게 암에 대해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황배우: 저는 제가 암에 걸리기 전까지 암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 자체를 몰랐어요. 그냥 병이라는 것만 알 뿐 암이란 무엇인지, 발병 이유가 무엇인지 전혀 지식이 없었습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암에 걸린 후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직접 관심을 가지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광민: 암의 정의라는 게 있을까요? 암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황배우: 저는 암이 좀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죽지 않고 자기들끼리 뭉친다는 면에서요. 또한 좀비가 인간을 물면 또 다른 좀비가 되잖아요. 그 모습이 분열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광민: 맞습니다. 암세포의 특징은 거기에 있습니다. 암세포는 일반 세포와는 다른 세포지만 우리 몸이죠. 우리 몸이 아닌 다른 외부 세포라면 우리 몸에 있는 면역 세포들이 철저하게 공격할 텐데, 암세포는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서 생성되었기 때문에 면역 반응을 피해 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또한 암세포는 돌연변이기 때문에 자체 분열을 하죠. 분열하면서 몸의 에너지를 전부 빼앗아옵니다. 그렇게 우리 신체 장기를 갉아 먹으며 암세포는 점점 퍼지거나 자라납니다. 말씀처럼 좀비와 공통점이 많죠.

 

황배우: 제가 암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면서 가장 좀비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이것입니다. 좀비들이 떼로 몰려드는 것처럼, 암세포 또한 암세포끼리 뭉쳐 세력 확장을 위해 혈관을 만든다는 거였어요.

 

이광민: 그에 관련된 대표적인 암 검사로 ‘펫(PET-CT) 검사’가 있습니다. 우리 몸 안에 암이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최신의 기술로 보시면 됩니다. 우리 몸에서 포도당이 과하게 흡수되는 위치를 신호로 알려주는 검사입니다. 사실 우리 몸에서 포도당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신체 기관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암세포는 성장을 위해 포도당을 많이 사용합니다. 온몸의 영양분을 빨아 당기는 거지요. PET 검사는 이런 암세포의 특징을 이용해서 암세포가 덩어리를 이룬 부위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암 덩어리가 아닌 암세포는 우리 몸에 존재합니다. 많이 사람이 이 사실에 놀라곤 합니다.

사진_freepik
사진_freepik

 

황배우: 네 저도 그 부분에서 많이 놀랐어요. 암은 상처에 난 염증처럼 발병된 부위에만 딱 생기는 게 아니라, 이미 몸 안에 내재되어 있다가 발병하는 거니까요. 어떻게 보면 운이 안 좋아서 생길 수 있다는 점으로 여겨져 더욱더 놀랍고 씁쓸하기도 합니다.

 

이광민: 그렇습니다. 암세포는 암 환자 혹은 암 경험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 자신을 예로 들어, 의학적으로 보았을 때 저는 암 환자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몸 어딘가는 분명히 돌연변이 암세포가 만들어지고 있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다만 제 면역체계가 이런 돌연변이를 확인해서 제거해 주고 있죠. 하지만 암세포가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피해서 덩어리가 되었을 때, 의학적으로 암이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이 발암 요인에 노출되거나, 면역체계가 떨어져 있거나, 나이가 들게 되면 우리도 모르게 몸 안에서 돌연변이 암세포의 발생 빈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암의 발생 원인은 사실 뚜렷하게 콕 집어 이야기할 수 없이 무작위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특정 암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에서 내가 왜 암에 걸렸는지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건 의미도 없고 자신을 괴롭히는 일입니다. 오히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잘 관리할지를 고민하는데 더 중요하죠.

 

황배우: 저는 암에 걸린다는 게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암을 경험하는 많은 사람이 죄책감을 느끼잖아요. ‘내가 뭘 잘못했지’와 같은 생각으로요. 암세포는 모든 사람에게 있는 건데 말이에요.

 

이광민: 암 환자, 경험자, 암 경험을 해본 적 없는 사람, 암 환자의 주변인 등 우리가 모두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지하고 있지 못할 뿐, 누구나 몸 안에 암세포 요인이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암으로 인한 여러 가지 환경에 처한 존재에 편견을 갖거나, 다르게 보지 말아야 합니다. 암 환자, 암 경험자 등 당사자 또한 본인을 탓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상황을 바라보고 암을 관리하며 치료하는 데 그 에너지를 쓰면 좋겠습니다.

 

 

‘고잉 온 캠페인’은 대한암협회와 올림푸스한국에서 암 경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그중 ‘고잉 온 토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광민 박사와 암 경험자가 만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대처법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암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소통 채널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영상 내용을 정리해 연재합니다.

※ ‘고잉 온 토크’ 강의 직접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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