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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분리불안, 어떻게 달래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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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6 08:33

 

 

[정신의학신문 :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갈 시간이 되면 머리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짜증을 부리고, 안 가면 안 되냐는 말을 버릇처럼 하고, 막무가내로 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유치원에 등교해서도 심하게 울면서 집에 가고 싶다고 합니다. 이 아이들은 왜 이런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일까요?

 

 

♦ 아기들의 불안장애

아기들도 어른들처럼 불안장애를 앓을 수 있을까요? 아기들도 부모와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한 불안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입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정상적으로 다양한 불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되면 전문치료를 받아야 하는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예를 들면 수줍고 겁 많은 아이가 처음 부모의 품을 벗어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갈 때 두려워하고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행동을 잠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불안의 정도가 나아지지 않고 더 심해져서 억지로 보내면 배가 아프다고 하거나 심지어는 구토증상까지 보여 결국 유치원에 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들은 처음에는 “유치원 선생님이 무섭거나 못살게 구는 친구 때문에 그런가?” 하고 생각하지만 애착대상(대부분 엄마)과 떨어지면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두려움에 유치원에 못가는 것입니다. 이런 행동은 대부분 "분리불안"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말 그대로 엄마와 떨어지는 상황이 불안하기 때문에 발생하게 됩니다. 
 

사진_픽셀


♦ 왜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걱정할까요? 

아기들은 태어난 지 7개월이 되면 엄마와 엄마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엄마와 떨어지는 데 불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보통 30개월이 지나면 이런 불안이 사라지게 됩니다. 아이가 내성적이고 의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거나 수줍음이 많을 때는 엄마와 안심하고 떨어지는데 더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대부부의 아이들은 익숙한 환경이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떨어졌을 때 불안해합니다. 나를 보살펴주고 안전하게 지켜주는 엄마가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아이의 성장과정 중에 나타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3세 이후에 보이는 심한 불안증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 분리불안 증상들은?

분리불안을 느끼는 아이들은 마음속으로 엄마와 헤어져 있을 때 엄마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무척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전화를 걸어 엄마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혼자 집에 있지 못하고, 잠을 잘 때도 엄마가 옆에 있어야 안심하며, 엄마가 사고를 당하거나 자신에게 사고가 나는 내용의 악몽을 꾸기도 합니다. 심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엄마를 따라서 화장실까지 함께 가려고 합니다. 나가려는 엄마를 막아서거나 등교를 거부하기도 하고 이별의 불안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복통, 두통 등 신체통증까지 호소하게 됩니다. 유치원 갈 때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심한 경우 그대로 방치하면 자라서 사춘기 때에는 우울증이나 대인공포증까지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심한 분리불안을 보이는 아이들은 주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엄마의 불안한 마음이 전해집니다.

아이는 엄마와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엄마에게 신뢰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거나 엄마가 무관심하거나 아니면 지나친 과잉보호로 일관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일 때 아이는 불안한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또 오히려 엄마가 아이와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하는 태도도 원인이 되는데 실제로 엄마가 아이를 품에서 떼어놓는 것이 불안하거나 엄마의 조바심과 걱정하는 마음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가 지나치게 과잉보호해 왔거나 엄마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아이와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아이가 내 품에서 벗어나면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을 가질 때 나타나기 쉽습니다.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거나 동생 출산으로 집을 떠나게 되어 실제로 엄마와 헤어진 경험을 한 아이에게 더 자주 나타나게 됩니다.
 

사진_픽사베이


♦ 부모의 육아태도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만약 내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기 힘들어한다면 엄마의 육아태도를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분리불안’을 보이는 아이들의 부모는 대개 아이를 지나치게 과잉보호하거나 아이를 의존적인 성격으로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 자신이 불안하거나 공황장애를 않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부싸움 끝에 아이들 앞에서 “나가버린다” “죽어버린다”는 말을 자주 할 경우에도 아이들이 불안해집니다. 최근에 친척이 돌아가시거나 가족 중 누군가 아파서 입원하게 된 경우, 동생이 태어나 '엄마의 사랑을 뺏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 불안해하는 아이를 어떻게 도와주나요? 

- 어린이 집에 꼭 보낸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만약 엄마가 아이가 결석을 해도 좋다는 태도를 보이면 문제가 더욱 악화되기 때문에 부모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무조건 보낸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 아이의 기를 살리는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내 아이가 자라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등원하게 되는 것은 엄마의 입장에서도 아이와 잠시 이별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그럼 어린이 집에 가기 전에 엄마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엄마가 아이의 사회생활에 대해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크면 그 마음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만약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은 다정한 분이고 친구들은 함께 즐겁게 노는 친구들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아이의 등원 길 발걸음은 씩씩하게 기운이 넘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고, 기를 살려주고, 믿고 기다려 주는 부모의 마음가짐입니다.

 

- 즐겁게 놀이하기. 분리불안의 치료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놀이치료가 이루어집니다. 많은 증상 중에서 분리불안은 놀이치료에 의한 효과가 높게 나타납니다. 아이들이 엄마와 심리적으로 분리될 때 편안함을 주는 곰 인형이나 담요에서 위로를 얻듯이(comfort blanket) 아이들은 즐거운 놀이를 통해서도 엄마와 헤어지는 심리적인 불안을 달랠 수 있습니다. (transitional phenomena)

 

- 엄마는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게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무관심하거나 아이에 대해 지나치게 염려하는 엄마들은 대개 아이를 과보호하는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아이의 의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와 떨어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면서 아이에게 알리지 않고 집을 나가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아이에게 충격을 주어 아이는 분리불안을 더 심하게 느끼게 됩니다. 아이가 아무리 울어도 인사를 확실하게 하고 헤어지는 연습을 반복해서 해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늘려서 자신감을 높여야 합니다. 어린이 집과의 거리를 점차로 늘려가면서( 첫날은 교실 문 앞에서 다음 날은 복도에서 그다음 날은 현관에서) 헤어지는 연습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성공할 때마다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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