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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천국’ 캐나다, 복지는 당연한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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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 전방위적 사회복지 시스템 갖춰

권녕찬(kwoness)

등록|2015.11.06 11:19

수정|2015.11.06 11:19

 

 

"캐나다는 사회주의 국가야?"

어느 날 한 지인이 내게 물었다.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사회주의=공산주의'라는 기성세대의 교육에 영향을 받은 탓이다. 두 개념은 유사하지만 다르다. 공산주의는 사회주의의 다양한 형태 중 일부다.

캐나다는 자본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다. 국가의 시장 경제에 대한 개입 정도가 높고, 사회복지제도가 우수한 국가는 사회주의 체제를 채택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최근 성남시에서 계획 중인 '청년 배당' 정책을 두고 보건복지부가 제동을 걸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 생애에 걸친 캐나다의 사회 복지제도는 눈여겨 볼만하다.

현대사회에서 한 인간의 생애주기(Life Cycle)에 따라 캐나다의 사회복지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간략하게 정리했다.

유아기 – 공공 의료(출산)

캐나다는 전 국민에게 무상으로 병원 치료를 제공한다. '캐나다 연방 의료법'에 따라 전 국민이 공공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의 바탕을 이루는 기본 철학은 '비용과 관계없는 의료서비스 제공'이다. 이는 아이를 출산하는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출산을 위해 병원에 지급해야 되는 비용은 거의 없다. 입원 기간 산모의 건강을 고려한 식단이 제공되고 유아용품, 산모용품 또한 무료로 제공된다. 담당 간호사는 산모에게 모유 수유하는 방법, 신생아 목욕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퇴원 후에는 간호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하여 산모와 신생아를 최대 1년까지 끊임없이 보살핀다.

이는 주마다 제공하는 건강보험(MSP, Medical Service Plan)에 의해 운영된다. 밴쿠버가에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BC, British Columbia)의 경우, 연 소득 약 2000만 원 이하(원캐나다 달러 환율 870원 기준) 저소득층은 연간 건강보험이 전액 무료다. 연 소득이 약 2600만 원 이상, 3인 이상의 가정인 경우 월 13만 원을 내면 된다.

유학생의 건강보험 혜택 유무는 비자의 종류와 주에 따라 다르다. BC주는 관광비자나 학생비자로 혜택을 받기 어려우나 취업 비자나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소 6개월 이상의 취업 허가가 유효해야 하며 주당 최소 18시간 일하고 있어야 한다. 

캐나다의 공공의료제도에도 문제는 있다. 긴 진료 대기 시간, 의료진의 공급 부족 및 처우 미달, 의료시설 낙후 등이 지적된다. 이에 사설 병원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며 일부 부유한 사람들은 신속한 진료를 위해 미국을 가기도 한다.

그런데도 캐나다의 공공의료제도가 잘 유지되는 이유는 '의료는 만인이 차별 없이 누려야 할 서비스'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거나 중병에 걸려 병원비 때문에 가정 경제가 파탄하는 경우는 없다. 치료비로 인해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되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아동∙청소년기 – 공공 보육

BC주에서 공공 보육과 관련해 각 가정을 지원하는 수당은 세 가지다. 먼저,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만 18세가 될 때까지 자격이 되는 모든 사람(영주권자 또는 18개월 이상 거주자)은 아동복지수당(CCTB, Canada Child Tax Benefit)을 받는다. 심지어 유학생과 난민도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이 밥을 굶는 일은 없어야 된다는 의미에서 지급되므로 흔히 '우유값'이라 부른다.

또한,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가정을 지원하는 보조양육수당(UCCB, UniversalChild Care Benefit)이 있으며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국가육아수당보조금(NCBS, NationalChild Benefit Supplement)이 있다.

6세 미만 자녀가 2명인 연 소득 2600만 원 가정의 경우 한 달에 약 7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일차적으로 양육권이 엄마에게 있으므로 수당은 엄마 명의로 나온다. 특이점은 재산이 많고 적음을 묻지 않고 오직 전년도 소득만을 기준으로 한다.

게다가 캐나다에서는 5세 이상부터 18세 고등학교 졸업까지 공교육을 무료로 지원한다. 학교에서 교과서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아이들 키우는 데 재정적 부담이 거의 없다.

밴쿠버에서 16세 딸을 고등학교에 보내는 교민 백아무개씨는 "가끔 학교 행사 시 들어가는 비용 말고는 교육비 지출이 거의 없다"며 "지역 내 학생들을 위한 저렴하고 양질의 프로그램 및 캠프 등도 많아 교육하기에 좋은 환경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청년기 – 공교육

캐나다 대학교(University) 등록금은 한국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다. 평균 학비는 1년에 약 400~500만 원 정도고 전문대(College)는 1년에 약 200~350만 원이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입학 장학금을 약 100~150만 원 정도 받으며 저소득층 학생은 무상 정부지원금을 받는 등 대학교를 거의 공짜로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등록금이 비싸지 않아 대출금 수준도 높지 않다. 학생 때 대출받은 학자금을 졸업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매월 일정 금액을 분할 상환하면 된다. 재학 중에는 정부가 이자를 대신 지급한다. 즉 학생일 때는 무이자인 셈이다.

이렇듯 캐나다에서는 '돈 없어서 공부를 못했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사회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사회적 공감대나 정부의 의지가 없다면 이러한 지원은 불가능해 보인다.

노년기 – 공공 노인연금

정부에서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연금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캐나다의 국민연금(CPP, Canada Pension Plan)이다. 한국의 국민연금과 유사하며 불입한 사람들만 혜택을 받는다. 기여금은 임금에서 기본공제를 제외한 금액의 9.9%이며 이중 피고용자가 4.95%를, 고용주가 4.95%를 반씩 낸다. 액수는 기간과 납입액에 따라 달라진다.

또 다른 하나는 노년생활보장연금(OAS, Old Age Security Pension)으로 보통 노인연금이라 한다. 캐나다 노인들에게 은퇴 후 수입원의 가장 기초가 되는 소득이며 캐나다에 10년이상 살아온 사람에게 65세부터 지급이 된다. 만약 40년 이상 살았다면 최대 수령액 월 49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다.

그 외 노인 연금을 받는 노인 중에서 다른 소득이 없거나 적은 경우에 최저보장 소득보조금(GIS, Guaranteed Income Supplement)을 받게 된다. 노인연금을 받는 노인의 수입에 의존하여 사는 조금 덜 나이 든(60~64세) 배우자는 생활보조금(Allawance)을받게 된다. 

65세가 넘고 다른 소득이 없는 혼자 사는 노인은 최대 115만 원, 부부는 185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노인은 은퇴연금, 개인연금(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등의 다른 소득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월 소득은 더 높다. 따라서 한국과 같이 노인이 길거리에 나가 하루 종일 폐지를 줍거나 생활고를 못 이겨 자살을 택하는 안타까운 경우는 볼 수 없다.

밴쿠버에 거주하는 안젤로(65)씨는 "캐나다의 여러 가지 공공 시스템에 매우 만족한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건강, 의료 관련 서비스가 효율적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출산을 앞둔 산모는 최장 1년간 50% 유급 휴가를 갈 수 있는데 이는 해당 가정에 매우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 캐나다 사회 복지 시스템, 요람에서 무덤까지 ⓒ 권녕찬


'복지', 사람이면 당연히 누려야 할 서비스

어느 사회나 장단점이 있고 명과 암이 존재한다. 캐나다의 제도가 마냥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상복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현시점에서 캐나다의 잘 갖춰진 사회보장제도는 우리가 벤치마킹하기에 좋은 시스템임이 분명해 보인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 복지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므로 국가로부터 당연히 누려야 할 서비스다. 따라서 '무상복지'란 단어는 아이러니하면서 불편한 느낌이 있다.

복지논쟁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재원 마련', '예산 부족' 등이다. 하지만, 국가예산은 어느 역사나 사회에서든 늘 부족해 왔다.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고 철학의 문제다.

복지국가는 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시민들을 온갖 종류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국가다. 우리나라도 복지 수준을 적극적으로 높여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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