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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대학이 대기업 취직에 유리한 이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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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9

 

 

우리 개발이사님과 개발 라이브러리를 이용해서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는 이야기를 하던 중에 나온 말이다.

 

개발이사: 외국 애들이 여러가지 가능성을 고려한 형태로 이렇게 논리구조에 맞춰서….

나: 오? 이거 좋은데요? 그럼 저희도 여기에 맞춰서 시스템을…..

개발이사: 아, 이건 외국애들이라서 이렇게 (제대로) 만드는거지, 국내 개발자들은 그냥 막 만들어요

 

저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어느 IT커뮤니티에서 봤던 글 하나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 최상급 IT인력인 S대, K대 출신 개발자들로 만든 시스템보다, 외국의 어느 “듣보잡” 학교를 나오고 코딩 Boot Camp만 한 애들이 만든 시스템이 훨씬 더 낫더라는 이야기다.

 

다른 분들이 공감이 될지 모르겠는데, 같은 느낌이 드는 사례를 하나 더 골라보자.

 

 

 

문학 작품의 퀄리티

좋은 문학 작품 하나가 나오려면, 최소한 몇 세대, 심하게는 몇 천년에 걸친 문학적인 역사가 있어야 한단다.

 

예를 들면, 보라색이라는 색상은 많은 소설에서 죽음을 암시하는 색상이다. 고교 교과서로 돌아가면,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녀가 보라색과 매칭되는 장면을 놓고 소녀의 죽음을 암시한다고 배운다 (아니 배웠던 것 같다 ㅎㅎ)

 

중국 무협문학의 대부라고 불리는 작가 김용의 시리즈 글을 보고, 이미 중국이 반만년 동안 쌓아올린 사회문화적 자산이 적절하게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나오는거지, 한 명의 천재 작가가 모든 역사를 다 만들어 낼 수 없다고 평가하더라.

 

천재 작가의 능력 하나만으로 끌어올릴 수 있느냐는 예시로, 셰익스피어의 문학 작품 덕분에 영어라는 언어가 유럽에서 2류 언어였다가 1류 언어로 뛰어오르게 됐다는 평가를 한다. 지금까지 나오는 영문학 작품들은 셰익스피어의 아류에 불과하다는 평가까지 있을 정도니까. 그럼에도 그 이전 라틴어 권에서 쌓인 문학의 역사가 반영되었기 때문에 셰익스피어가 나왔다고 반박하던데, 뭐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까 여기까지.

 

한 줄 요약하면, 긴 세월 쌓아올린 전통이라는 것이 엄청난 가치를 가진다는 말이다.

 

 

개발 역량 + 국가 역량

다시 개발 역량으로 돌아와서,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뛰어난 인력이어도 외국의 “쩌리”학교 “쩌리” 교육을 받은 애들보다 결과물이 나쁘다는 저 예시는, 말을 바꾸면 한국이 체계적인 시스템을 못 갖춘 나라라는걸 단적으로 보여주는게 아닐까?

 

나 역시 석사 유학가서 그 나라 학부 고학년들도 푸는 문제를 못 풀어서 허덕였다. 나중에 고교 교육 수준을 보니까 이미 수식만 없지 논리는 대학원 수준에 올라와 있는 커리큘럼을 보고, 한국 같은 2류가 영국같은 초1류를 따라잡으려면 앞으로도 수십년이 더 걸리겠구나는 생각을 했었다.

 

 

왜 우리는 저 시스템을 못 따라가는 걸까?

이제 이 질문에는 어느정도 합리적인 결론을 내린 상태다.

 

원래는 우리가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다. 좀 더 정확하게는 하드웨어만 갈아 끼운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교육 체계를 제대로 갖춰야 진짜 1류 흉내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AI대학원이라는 만들고, 정부가 수조원의 예산을 쓰는 걸 보면서, 하드웨어나 교육 체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쉽게 말하면, 우리는 그냥 교육을 못하는 나라다.

 

우리는 모르니까 그냥 외우는 나라다. 눈에 보이는대로 베끼면 되겠지라는 3류 마인드를 갖고 있는데, 손재주가 다른 민족보다 좋아서 운 좋게 경제성장을 했을 뿐이지, 마인드는 여전히 3류다.

 

즉, 우리는 논리력, 사고력, 추상화 능력이 없는 나라다.

 

최소한, 겨우 학력고사 -> 수능 정도로 진화한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멀어도 한참 멀었다.

 

더 큰 문제는,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는 사람이 거의 없다.

 

교육이 장사이기 때문에, 그냥 쉬운 거 가르치면서 좋은 거라고 사기 친 다음에, 돈만 벌면 되는 구조, 정부 관계자들에게 BK21 프로젝트라는 호구쳐서 예산만 빼먹으면 되는 구조의 나라다.

 

 

 

 

해외대학 학위에 쩔쩔매는 이유

세상의 지식이 문서로 처음 정리될 때는 영어로 정리된다. 아주 예외적으로 다른 언어로 먼저 정리되는 경우가 있겠지만, 역시 교육도 장사이기 때문에, 가장 많은 지식인들이 공유하는 언어인 영어로 알려지게 된다.

 

국내 교육은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허접 짝퉁 사기 교육에 불과하고, 영어로 진행되는 교육은 어찌됐건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퀄리티가 가장 빠르게 올라간 교육이기 때문에, 교육 결과물이 차이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해외의 “쩌리”학교에서 “쩌리” 교육을 받아도 우리나라 최고 인재가 따라갈 수 없게 되는게, 핵심 지식을 배울 수 있는 학습 토대가 다르고, 지식습득하는 언어권의 지식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학습 토대의 차이 – 논리력의 차이

교육 시스템의 구조상, 우리나라는 논리적으로 지식을 이해하고 체계화하는 훈련을 잘 받질 않는다. 많이, 빨리 외우면 점수를 잘 받으니까. 그리고 점수 잘 받으면 장땡이니까.

이런 상태로 유학 중 시험을 치면 점수가 엉망으로 나온다. 시험 문제는 암기가 아니라 논리를 이해하고, 일종의 책쓰기를 하듯이 답안지를 서술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에 내 답안지는 논리적으로 구멍이 숭숭숭숭숭숭숭 뚫려있기 때문이다.

 

 

전통의 차이

그런 논리적 이해를 위한 교육 시스템을 수백년, 아니 고대 그리스 이전부터 수천년간 쌓아올려놨는데, 우리가 경제 압축 성장하듯이 뚝딱 따라가는건 기적^2이 아닐까?

 

소설가 1명이 천재여서 모든 Literature를 다 만들어내는게 불가능한 일인 것처럼, 천재 1명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단번에 서구의 최상위권 교육 시스템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몇 백년을 꼴아 박아야겠지.

 

 

일본의 사례

일본이 메이지 유신을 겪은지 2세기도 안 지났는데 어떻게 이렇게 한국과 일본의 교육 시스템, 노벨상 수상 기록 같은게 차이나냐고 묻더라.

 

일단 일본이 “쩌리”가 아니라 “쩌는” 수준이라는걸 국뽕 제거하고 받아들이고 나서 보면, 우리가 이기일원론과 이기이원론을 놓고 열심히 이념논쟁을 하던 시절에, 17세기부터 이미 농업생산력으로 우리를 추월하고, 도자기로 유럽 시장을 개척하고, 지방 영주들이 적극적으로 (몰래몰래) 서구 문물과 지식을 받아들였던 기록이 있다.

 

일본도 했으니까, 우리도 언젠가는 할 수 있겠지만, 2세기가 아니라 최소한 4세기 정도의 역사적 경험치가 있기 때문이라는 걸 보면, 우리나라에서 그런 논리적인 이해에 기반한 교육이 이뤄지는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사이에는 학교 이름값만 높은 “쩌리” 교수에게 “쩌리” 교육을 받고 졸업하는 수 밖에 없겠지.

 

 

 

 

좋은 프로그램으로 한국 교육을 새롭게

이전 글에서 밝혔듯이, 뜻을 같이 하시는 다른 교수님이 내년 3월 예정으로 학부 설립 계획을 정리하던 중에, 아무리 힘들어도 꼭 이걸 해내자는 의지의 뜻으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좋은 프로그램으로 한국 교육을 새롭게

 

우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우리는 더 길게 지식 수입국, 인재 유출국, 즉 2류 선진국 신세를 못 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 배우려면 꼭 유학을 가야되고, 유학 갔다온게 무슨 훈장이나 되는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용도로 쓰인다는게, 근데 그 억지가 먹힌다는게, 석박 유학을 다녀온 입장이라 더더욱 받아들이기 괴롭다. (혹시나 같은 뜻을 가진 분들이 있으면 힘을 합치고 싶다. 하루라도 빨리 뜯어 고칠 수 있도록.)

 

위의 관점으로 이해하고 나니, 나 역시도 우리 회사에 무조건 해외에서 멀쩡한 교육을 받은 사람, 사고방식이 한국형이 아니라 서구형인 사람을 우선으로 뽑고, 국내의 3류 후진국 수준 교육을 받은, 고리타분한 암기형 인재들은 2류 인재 전용 포지션에만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어린시절,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없어서 인재로 먹고 사는 나라라고 배웠는데, 내가 회사에 쓰고 싶은 인재를 못 만들어내는 나라라면, 그 나라의 미래 먹거리는 어디에서 찾나?

 

파비클래스 마지막 강의를 듣고 가는 어느 학생 하나가 그러더라.

 

(어려워서 못 알아듣겠으니 자위하는 어조로) 돈 벌려고 하시는 강의가 아니니까~

근데 이렇게 배워서 수학 잘하게 되면 어디 써먹어요?

 

이전 글에 쓴, 평생 공학 교육 받은 적 없는 Elon Musk 이야기까지는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고, S대, K대 출신이 만든 결과물이 “쩌리” 학교 “쩌리” 교육을 받은 사람들보다 “더 쩌리”여서 충격이었다는 이야기로 답변을 드리고 싶다.

 

왜나면 당신이 쓴 모든 라이브러리는 다들 그렇게 수학적으로, thus 논리적으로 지식을 배운 사람들이 만들어놨거든.

 

이건 외국애들이라서 이렇게 (제대로) 만드는거지, 국내 개발자들은 그냥 막 만들어요

 

그들을 뛰어넘고 싶으면, 최소한 그들의 라이브러리를 제대로 쓰려면, 그들과 눈높이를 맞춰야하지 않을까?

 

Experience Replay라는 알고리즘 구해서 써 봤는데 자기 회사 데이터에는 하나도 못 쓰겠더라고, 강화학습 그거 별거 없더라는 어느 개발자 생각나네. 파비클래스 들으신 분들이면 이게 Instrumental variable, Time Series, Autocorrelation 이라는 통계학 개념 이해 없이는 쓸 수 없는 지식이라는 걸 알 것이다.

 

석사 연구원 뽑아놨더니 연구 자료 한 부분에 Instrumental variable 써서 검증 정리 좀 해놔라고 한 걸 제대로 이해를 못해서 엉망으로 해 놨더라고 불평하던 세종시의 어느 국책 연구소 연구원 선배의 불평도 스쳐지나간다.

 

우리가 제대로 교육시켜서 보내드릴테니 다음부터는 좀 더 고급 연구에 집중해주시면 좋겠다.

 

형, 애들이 무슨 죄에요. 엉망으로 가르친 교수들이 죄인이지

태그 : https://blog.pabii.co.kr/foreign-degree-job-market-merit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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