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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은 어떻게 현상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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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은 어떻게 현상이 됐나


 

  “미(美)의 기준은 문화 차이의 또 다른 사례다. 특히 흑인 미국 K팝 팬들은 K팝 산업에서 흰색이나, 마른 것을 강조하는 것에 민감하다.”(미국 남가주대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 박사과정 티아라 윌슨(Tiara Wilson))


 

  지난 9월23일 금요일(미국 현지시각)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에 위치한 남가주대(USC).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주LA한국문화원, USC, 서울신문이 함께 준비한 ‘케이팝 페스타(k-pop festa)’가 열렸다. 한국과 미국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커버댄스 대회, 콘서트 등 한국 대중음악을 통해 양국 간 문화 교류를 확대하고자 기획됐는데 K-팝 학술 포럼이 눈길을 끌었다. USC 안넨버그

(Annenberg) 홀에서 열린 이 포럼은 ‘K-팝의 세계적인 문화 현상’을 살펴보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오랫동안 서구 문화에 비해 아시아의 문화는 평가절하됐다. 이로 인해 예전에 세계에 진출하는 K팝의 공식은 평면적이었다. 음악적 완성도보다,

귀여움이나 화려한 패션을 강조했다. 사회적 메시지는 자연스레 표백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문화의 위상은 눈부시게 달라졌다. 특히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NCT, 에스파 등을 중심으로 한 K팝이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아시안들의 자부심을 높여주는 계기가 됐다.


 

  이런 문화적·사회적 아시아와 서구사회 위상의 역전은 아시아인들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서양인들이 아시아인을

혐오하는 몰상식한 일들이 벌어졌다.


 

  평소 방탄소년단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브라질 출신 소설가 파울루 코엘류는 지난 7월 한국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열린 ‘제3회 BTS

국제 학술대회’ 도중 영상으로 전한 특별 대담에서 “방탄소년단이 부당한 공격을 받고 있다”고 동의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이러한 아시아계 혐오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시안으로서 저희의 정체성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인권 관련 목소리를 낸 건 다양한 인종을 아우른다. 재작년 미국 내 흑인 인권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BLM·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와 관련, BLM 측에 약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 역시 기부에 동참했다.

 

  NCT와 에스파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미국 지사 돔 로드리게즈(Dom Rodriguez) 부사장의 강연으로 시작된 이번 ‘케이팝 페스타’ K-팝 학술 포럼도

다양한 사안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와 활기를 띠었다. USC 커뮤니케이션 학과 이혜진 교수는 “미국 대학이 업계 전문가와 아티스트를 직접 초청해

K-팝 관련 행사를 진행한 것은 최초”라고 자부했다.

 

  이날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East Asian languages & Cultures)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패널리스트 이혜주 씨는 “퍼포머들은 관중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기 있는 후기 미국 음악 스타일을 모방할 것”이라 말하며 K팝의 기원은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최근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산업적으로도 커지면서 그 기원을 찾는 연구 활동이 국내외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해외에선 이전 음악

장르를 기반 삼은 학술적 움직임이 활발히 포착되고 있는데 미국 조지메이슨대 크리스털 앤더슨 교수가 펴낸 ‘케이팝은 흑인음악이다’도 그 중 하나다.

앤더슨 교수는 K팝을 흑인 음악의 한 형태라고 주장한다. 물론 힙합, R&B, 로큰롤 등의 근간이 된 흑인 음악의 위대함은 당연히 인정한다. K팝 일부분

에선 흑인 음악 요소도 보인다. 그런데 K팝은 흑인음악을 포함해 여러 요소가 혼합됐고, 한국 대중문화 생태계의 특이점까지 녹아들어 기원을 한가지

로만 치부하기엔 우리 입장에선 애매한 지점이 있다. 그럼에도 여러 근거를 가지고, 학술적으로 K팝을 파고들었다는 측면은 충분히 높이 살만하다.

 

  USC 안넨버그의 또 다른 박사과정 학생 중 패널로 참가한 베키 팜(Becky Pham)은 K팝 스타들이 전 세계에서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치에 무관심 한 사람이 돼야 하는’보이지 않는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어느 정도 선까지 이 말은 맞다. 그런데 사회 문제에 침묵해야 한다는 K팝의 불문율을 깨는데 중심이 된 건 K팝 팬들이다. 이런 흐름을 MZ세대가

이끌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지만, 그로 인해 공정함과 정치적 올바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윗세대가 관행처럼 여기며 슬쩍 넘어가는 불합리함을 마냥 지켜보지 않는다.
 

 

 


 


 

  K팝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갈수록 경쟁은 치열한데, 정작 젊은 세대에게 돌아갈 몫은 적어지면서 공평이라는 가치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요즘 연습생들 사이에서도 보이는 특성”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은 이런 문제에 대해 MZ세대가 더 각성하게 만들었다. 인종·국경을 넘어 세계 MZ 세대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MZ세대가 K팝 팬덤의 중심이 되면서 K팝 아이돌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의 아이돌들 역시 MZ세대이이기도 하다. 이들이 교감을 하면서,

사회적·환경적 소신에 대한 발언이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방탄소년단처럼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음악을 만들며 자신들의 메시지와 생각을 녹여내는 K팝 팀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변화이기도 하다.


 

  아울러 포크와 록이 유행하던 시절에 이 음악을 듣고 자란 구세대가 이 음악을 저항의 상징으로 활용한 것처럼, K팝을 듣고 자란 세대들은 이 음악을

자신들의 저항·표현 수단으로 자연스레 활용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단적인 예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다. 2016년 이화여대의 학내 시위 현장

에서 투쟁가 대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지면서 아이돌이 단지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넘어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걸 확인

하게 만들었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이라는 노랫말을 지닌 ‘다시 만난 세계’는 자연스레 저항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2020년 총리

퇴진과 왕실 개혁 등을 요구하며 태국에서 진행된 반정부 시위 속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다. 세계 젊은 세대의

저항가가 된 셈이다.


 

  사실 K팝 아이돌 음악은 태생과 확산부터 국내외 소수자들의 연대에서 출발했다.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 황금기에서 작품성 없는 음악 취급을

받았고, 처음 해외에서 주목을 받을 때는 소수 마니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로 삼았다. K팝은 다양한 인종이 뭉친 팬덤의 연대 게릴라

활동을 통해 퍼져나갔고, 이제 주류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음악이 됐다.

 


 


 

 


 

 

  이번 포럼에선 한국 팬과 해외 팬 사이에 나타나는 갈등도 다뤄졌다. K팝이 세계적으로 확장하는 건 명성을 알리는 반가운 일이지만, 한국 내 팬들은

아티스트가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예시가 나왔다. USC 음악 산업 학과 석사생인 앤지 장(Angie Chang)은 “한국 팬들은 간혹

아이돌들이 투어를 위해 해외로 가고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 것에 화를 내곤 한다”라며 “그들은 기획사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데 몰두해 차별대우를

받는 다고 느낀다. 국제적인 트렌드 사이에 많은 긴장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제 상당수 K팝 그룹들은 큰 홍보 효과가 있지는 않지만 국내

팬들과 방송사와 관계를 위해 지상파·케이블 음악 방송 출연을 음반 발매 이후 중요한 과정으로 여긴다.

 

  이날 질의응답에서 K팝과 한국의 정체성의 관계를 묻는 청중의 질문에 대해 이혜주 씨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는 복잡한 주제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시아인들에 대한 화려한 이미지, K팝 혹은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탁월한 재능 등의 환상과 실제 미국에서 살아가는 아시아인들의 실제

경험과의 괴리에서 긴장감을 본다. K팝에서 보는 것이 가끔은 한국적인 것이 아닐 때도 있다.”


 

                                                                                                                                                                   글 이재훈 기자 (뉴시스 대중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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