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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 우리 안에 악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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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입력 2021.09.17 08:00

 

 

[정신의학신문 : 의정부 성모사랑 정신과, 유길상 전문의] 

 

 

#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D.P.

 

D.P.라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화제입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모두 이 드라마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D.P,란 Deserter Pursuit 약자로 육군 군무이탈 체포전담조를 뜻합니다. 한마디로 탈영 군인을 잡는 인력과 조직을 말하죠. 지금까지 군대와 관련된 수많은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지금, D,P, 드라마는 기존 다른 영상물과 달리 뜨겁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넷플릭스 드라마 'D.P.' _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D.P.' _ 사진 [넷플릭스]

 

 

대한민국은 현재 북한과 대치 상황입니다. 20대의 젊은 남성들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육군·해병대는 18개월, 해군은 20개월, 공군은 21개월 군 복무를 해야 합니다. 20대 시절, 약 2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 없죠. 군 복무 동안 총기, 작전 등의 실전 상황을 대비한 훈련을 체계적으로 배웁니다. 군 생활 동안 힘든 것은 훈련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급자와의 관계입니다. 폐쇄적인 공간에 젊은 남성들만 있다 보니, 상상을 초월한 가혹행위가 일어납니다. 과거에는 반복적 구타는 물론 라이터로 성기 음모 태우기, 강제로 자위행위 시키기, 빵과 과자 등의 음식을 토할 때까지 먹이기 등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가혹행위가 행해졌습니다.

 

 

# D.P, 드라마, 인기 이유?

 

D.P, 드라마가 찬사와 논란을 동시에 받는 이유는, 폐쇄적인 조직인 군대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군대의 부정부패, 불합리성, 가혹행위 등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금기시되었습니다. 군 조직 내에 중범죄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했지만 군 당국은 이를 재빨리 수습하고 숨기기에 바빴습니다. 설령 지상파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 제보된다 하더라도, 군 조직이 사과하거나, 가해자가 적절하게 처벌받거나, 혹은 군 조직이 개선되는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 군대에서는 가혹행위가 끊임없이 생기는 걸까요? 그런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넷플릭스 드라마 'D.P.' _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D.P.' _ 사진 [넷플릭스]

 

 

# 인간의 원초적 본능: 공격성

 

인간은 원초적인 자기 보존 욕구와 종족 번식 욕구가 있습니다. 이는 생존을 위해서 진화 과정 중 생긴 것입니다. 자기 보존 욕구는 공격성, 종족 번식 욕구는 성욕으로 표현됩니다. 정신분석가인 프로이트는 인간의 거대한 무의식을 발견하면서 성욕과 공격성이 무의식의 핵심이라 말했습니다. 공격성은 거친 야생과 집단생활에서 본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생겼습니다. 우리는 곰, 호랑이, 소와 같은 동물의 위협으로 자신과 가족을 방어하고 사냥을 통해 식량을 획득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집단생활 중에는 다른 부족과의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같은 부족 내에서도 권력, 부, 배우자 선택 등을 위한 구성원들과의 경쟁 과정 끊임없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생존을 위해 공격성, 폭력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계몽시대를 거치며 인간은 스스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도덕적이라고 자부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지극히 선한 존재인 것만은 아닙니다. 조건만 주어진다면 인간은 누구나 무자비한 공격성이 발현될 수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의 나치당은 유대인을 대량학살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책에서 전범인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서술하였습니다. 책에서는 대량학살 주동자인 아이히만의 나치당에서 유대인 학살 설계 과정뿐만 아니라 그의 일상에 대해서도 기술합니다. 아이히만은 가정, 이웃과 생활에서 반사회적 성향을 가졌을 것 같지만 사소한 범죄도 저지르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시민의 한 명으로 묘사되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한 인간의 조사과정을 통해 인간이 가진 <악의 평범성>을 발견하였습니다. 군대에서 끔찍한 가혹행위를 한 장병들 중 일부는 성격 장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마도 대부분은 평범한 20대 남성일 것 같습니다. 폐쇄적인 조직 안에서, 폭력성이 용인된다면, 언제든지 악마의 본성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인간입니다.

 

공격성에 비롯된 집단 따돌림, 인격 모욕, 구타 등은 비단 군대 조직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직장, 학교, 가정 등 인간이 모인 폐쇄적인 조직에서, 조건만 허락한다면 언제든 민낯을 드러내려 합니다. 가해자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행태가 있었고 본인 또한 당했다고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평생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 인간에 대한 공격성에 대한 해결책: 반성적 사고와 구조적 개선

 

본능적 공격성에 대해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먼저 인간은 언제든 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나치의 대량학살과 군 조직의 반복된 가학행위 논란은 악한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를 시스템적으로 제어하지 못한 조직 관리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으로 구성된 조직 또한 악할 수 있다는 인정과 함께 이를 견제, 처벌할 수 있는 시스템과 내부 사건을 솔직하게 공개할 수 있는 개방성도 필요합니다.

 

며칠 전에도 해군에서 군 복무 중이던 청년이 선임병의 구타, 폭언, 집단 따돌림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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