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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지옥',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의 심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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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입력 2021.12.25 08:00

 

 

심리학 렌즈 (14)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본 글에는 넷플릭스 지옥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지옥이 오픈되자마자 전 세계 1위를 석권했다고 한다. 필자도 오픈되자마자 지옥을 시청했다. 이유는 오징어 게임을 너무 재미있게 봤었기 때문에 그 기대감이 한몫을 했던 거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 오징어 게임이 더 좋았지만, 지옥도 못지않게 재밌게 보았다. 특히 초자연적인 현상 속에서의 사람들의 심리가 너무나 잘 그려져 있었다는 느낌이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한 층 더 키웠던 거 같다. 그중 ‘지옥’이라는 세계관의 중심인 정진수 의장(유아인 분)의 심리는 ‘지옥’이라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부분이기에 여기에서 함께 공유해보고자 한다. 

 

할리우드 대작들을 보면 어떤 일들을 벌이는 사람들의 심리묘사가 부족한 경우들이 많은데, 요즘 K-드라마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의 사람들의 심리가 자세히, 그것도 납득할 수 있게 잘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 정신과 의사인 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정진수 의장(유아인 분), 그는 왜 그러한 일들을 벌인 것일까? 정말 본인의 말대로 세상을 더 정의롭게 하기 위함이었을까?

 

사진_넷플릭스 '지옥'
사진_넷플릭스 '지옥'

 

 

정신과 의사들끼리 주고받는 불문율 중 하나는 ‘사람들의 말은 가짜’라는 것이다. 사람이 내뱉는 말의 표면적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진실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기저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파악해야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먼저 인간이면 누구나 해당하는 공통 법칙에 대해 공유해보고자 한다. 정신과 의사의 관점에서는 이 법칙이 지옥을 관통하는 대주제라고 생각한다. 지옥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게 빠짐없이 적용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법칙은 ‘인간은 미지의 세계를 모르는 채로 두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가짜 이유로라도 채워 넣으려고 한다.’이다. 사실 모르는 것을 빈 공간으로 둘 수 있는 힘은 정신의학적으로 아주 건강한 상태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가짜 이유로라도 채워 넣고 그것을 진짜라고 믿게 된다. 그렇게 일시적인 안심을 찾는다. 지도가 없는 것보다 틀린 지도라도 있는 게 더 나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낸 가짜 이유들은 결국 이후에 많은 부조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가짜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지옥도 그렇게 현실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그 중심에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가 있었던 것이다. ‘세상을 더 정의롭게 만들겠다.’는 허울 좋은 그 가짜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그렇기에 지옥을 이해하려면 정진수의 심리에 대한 이해는 필수 이리라 생각한다.

 

정진수는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버려져 보육원에서 자란 인물이다. 어린아이에게는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큰일이 일어났다. 앞에서 이야기한 법칙대로 인간이라는 동물은 어떻게든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해결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유를 알아야 해결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틀린 지도를 만들며, 그 지도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보물을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이다. 우리 인간 세상사가 이렇게 돌아간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필자가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연재에서 끊임없이 말씀드렸던 내용이다. 더 깊은 내용은 위 제목의 연재 내용을 참조해주시기 바란다. 인간에 대한 예외 없는 법칙이니, 정진수에게도 당연히 적용이 될 것이다. 정진수의 입을 통해 그 법칙을 확인해보도록 하자.

 

“그런데 저는 정말 연필 한 자루도 훔친 적이 없어요. 거짓말도 누군가에게 상처준 적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구요. 착하게 살면 울지도 않고 얌전히 있으면 엄마가 돌아올 거라고 믿으면서 그렇게 살았다구요.”

 

이 대사에 어린 아이의 필사적인 노력이 느껴지지 않은가? ‘착하게 살면 엄마가 돌아올 것이다.’ 아이에게는 필사적인 노력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지도는 틀린 지도이다. 엄마가 다시 돌아오는 여부는 나의 행동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기 때문이다. 어째, 지옥을 관통하는 내용과 닮아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착하게 살면 고지를 받지 않을 거라 믿지만, 고지를 받는 여부는 나의 행동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어린 아이든 어른이든 상관없이 우리는 틀린 지도를 부여잡고 발악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틀린 지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지면 관계 상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 연재를 참조해주시기 바란다.

 

사진_넷플릭스 '지옥'
사진_넷플릭스 '지옥'

 

그렇게 정진수는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고 억압하면서 살아온 인물이다. 그런데 정진수에게 어느 날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20년 후에 죽게 되고,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게 된 것이다. 이 인물이 느꼈을 심리적인 충격이 어느 정도였을지 감히 예상조차 되지 않는다. 이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이유를 찾아야 한다. 설사 그 이유가 가짜일지라도. 정진수는 결국 어렸을 때의 결론과 똑같은 결론을 내려버린다. 착하게 살면 그 고지를 피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산다. 그렇게 불이 난 집에서 사람을 구하고, 칼을 휘두르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설득을 하고 그렇게 살아간다. 하지만 실낱처럼 붙잡고 있지만, 결국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정진수는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이는 방어기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투사와 전치이다. 투사는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는 욕망이나 동기를 타인에게 귀속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전치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인데 누군가에게 당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푸는 것을 말한다. 정진수의 다음 대사를 보면 이 두 방어기제가 잘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을 더 정의롭게 만든다.’는 그의 말들은 허울에 불과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저는 말이에요. 예언을 들은 후로 지금까지 계속 공포에 시달려 왔어요. 20년 동안 이어진 그 공포가 어떤 공포인지 알아요? 끊임없는 공포. 죄를 지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타인의 죄를 방치할 수도 있다는 공포. 끔찍한 고통에 대한 공포. 나는 그 고통 속에서 20년을 살았어요. 

근데 그 공포 때문에 나는 더 바르게 살 수 있었어요. 신이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느낀 공포를 선사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 공포는 세상을 전보다 훨씬 정의롭게 만들 거예요. 그 공포가 세상 사람들을 죄에서부터 해방시킬 거예요.”

 

‘세상을 더 정의롭게 만든다.’는 명분 이면에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느낀 공포를 선사하고 싶다.’는 개인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심리적 갈등을 타인에게 투사하고 전치하는 방어기제가 숨어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세상 모든 일이 이렇다고 생각한다. 실제 어떠한 한 사람의 동기 밑에는 해결되지 못한 심리적 갈등이 묻어놔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그 기저에 대한 이야기는 공유되지 않고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말과 행동만 난무하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신성화된 정진수 의장의 의도대로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람은 다 비슷하다. 다 각자 해결되지 못한 심리적 갈등을 지니고 있고, 그것이 투사되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선행을 하는 훌륭한 사람들조차도. 그렇기에 표면적인 말과 행동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내면의 마음에 관심을 기울여주는 그러한 문화가 정착이 된다면, ‘세상이 좀 더 투명해지고 건강해지지 않을까’라는 이상적인 생각을 해본다. 특히 현실 정치를 보고 있으면, 그러한 생각이 많이 들곤 한다. 말만 번지르르한 무의미한 말들이 오가는 것을 많이 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말은 가짜이다. 현대 사회의 리더를 차지하고 있는 정치인들만이라도 개인적인 과거사와 어떠한 생각으로 살아왔는지에 대한 내면에 대한 이야기들이 좀 더 대중들에게 공유되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다면 세상이 좀 더 낫게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이상화된 인간은 사라지게 될 테고, 나와 비슷한 한 사람이 어떠한 일들을 해갈지가 좀 더 예측 가능해질 테니 말이다. 드라마 지옥에서도 이것이 가능했다면 드라마의 결론이 어땠을까? 이 상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본 글은 쿠키건강TV 마인드온 - 정신과의사 이일준의 심리학 렌즈 42회 ‘드라마 지옥으로 보는 심리’ 방송분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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