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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꽃보다 남자> 리뷰: 자본주의 사회를 향한 칼날

Winnipeg101 LV 10 23-03-16 219

"네 스스로 아무것도 해본적 없는 어린 애 주제에, 잘난 척 하지 말란 말이야!"

 

 츠쿠시가 도묘지에게 주먹을 날리면서,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가 시작된다.

어찌보면 전혀 접점이 없어보이는 두 사람의 만남은 텍스트와 영상 속의 이야기라 더 환상적이고 기묘해 보인다.

그런데, 사실 어떻게 보면 우습고, 또 유치한 스토리같기도 한 신데렐라의 고전 <꽃보다 남자>에는 생각보다 심오한 뜻이 담겨져 있다. 과연 고작 고등학생일 뿐인 주인공들의 연애스토리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1. '츠쿠시'와 '도묘지'

 

 

 작중 '츠쿠시'라는 이름의 뜻은 잡초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사전에서 '잡초'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경작지 ·도로 그 밖의 빈터에서 자라며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풀"이라는 뜻을 가진 것으로 나온다.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풀임에도 불구하고, 잡초는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즉, 츠쿠시는 가난하지만 쉽게 이런 환경에 굴하여 포기하지 않은 강한 생명력을 가진 인물임이 이름에서 드러난다. 이는 드라마 초반, 도묘지와 츠쿠시가 함께 엘리베이터에 갖힌 장면에서 츠쿠시의 대사를 통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중견 기업 규모의 회사를 다니면서 쉽게 승진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원 아빠, 조금 어리버리하지만 착한 중학생 남동생, 굳센 성격을 가진 가정주부인 엄마까지 츠쿠시네 가족은 전부 일본사회 전체의 90%를 표방하는 이들이다.

 

 

츠쿠시의 새로운 친구가 츠쿠시의 이름을 듣자마자 보이는 반응. '츠쿠시'라는 이름이 흔한 이름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사이기도 하다.극 중 츠쿠시의 대사에서는 1화부터 잡초를 뜻하는 말들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그 단어가 처음 직접적으로 제시된 것은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갖혔을 때이다.왜 잡초라는 단어가 츠쿠시의 대사에 많이 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대사라고 할 수 있다. 1화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주인공의 캐릭터를 한 큐에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이와는 정 반대로, '도묘지'는 자신의 이름 자체가 기업인 남자이다.

도묘지 그룹은 우리나라의 삼성처럼 수십개의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이다.

한 개인이 설립하여 자신의 일생동안 키워온 조금 잘 된 중견기업의 형태가 아니라, 몇 대째 가문을 통해 이어져 내려오며, 몇 십만명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세계적인 대기업인 것이다.

사회적 위치로 따지면 대단한 권력을 지닌 '도묘지'이지만, 그 실상은 애정 결핍자이자 흔한 철부지 고등학생에 불과하다.

그는 그가 자라온 환경에 의해 '돈 놓고 돈 먹기' 라는 게임에 익숙해졌을 뿐, 사실 마음이 여린 평범한 일본의 남자 고등학생 한 명의 정체성을 가진 인물인 것이다.

그는 실상을 까놓고 보면 90%와 별 다를 바가 없는 1%를 의미한다. 그에게는 꿈도, 야망도 없다.

그렇기에, 도묘지는 자신의 엄마가 하는 충고들을 한 귀로 듣고 흘린다.

그는 도묘지 그룹을 더욱 성장시키고자 하는 의지 또한 지니고 있지 않다. 

 

 

도묘지는 본인의 사회적 위치를 어린 시절부터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이용하여 유치원때부터 대학교까지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입학하는 에이토쿠의 절대자가 되지만, 막상 도묘지 그룹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큰 야망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작품 초창기 도묘지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약자를 괴롭히는 모습이 심하게 나타나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에게 저항하는 것은 마치 금기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츠쿠시는 일본이라는 한 나라에 거주하는 전체 90%의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도묘지는 1%, 아니 더 나아가 0.1%가 될지도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

현실사회에서 이 두 사람이 개인적인 계기로 만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현실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상상적 장치인 드라마이기에, 츠쿠시가 정말 운 좋게 도묘지가 다니는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2. 계급과 주먹질의 의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 계급의 핵심은 '돈'으로 명시되는 자본이다.

다수의 노동자보다 소수의 기업인이 우대받고, 다수의 국민보다 소수의 국회의원이 대부분의 법안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아시아나 항공, 대한항공 등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의 대표들이 자신의 직원들에게 폭행과 협박을 하는 동영상은 이슈를 타고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갑질문화는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로, 2016년 낙성대경제연구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사회의 전체 1%가 전체 부의 12%를 가지고 있다. 이 중 근로소득은 7%남짓에 불과하다. 비율을 10%로 낮추어도 논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전체 소득의 43% 정도를 이 10%의 사람들이 가져간다. 남은 90%의 사람들이 대략 50%의 자본을 나누어 가지는 현상이 발생하기에, 이 90%에 속하는 누군가가 1%로 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희생이 필요하다. 일본 사회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츠쿠시가 입학한 명문 고등학교 에이토쿠 학원은 이런 사회의 축소판이다.

본인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고등학생들의 모임이기에, 돈으로 계급이 나뉘는 학교에서는 부모의 재산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능력없는 부모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츠쿠시에게 동급생이 행하는 온갖 차별과 폭행은 정당화된다.

거기에 단지 자신이 돈이 없는데, 돈 많은 남자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친구였던 여학생의 계략에 속아 모르는 남자와 사진을 찍고, 전교생에게 지조와 절개에 대한 비난을 받기도 한다.

계급이라는 것은 그 단어만으로도 모든 상황을 정당화시키는 것인 셈이다. 

 

 

작 중에서 츠쿠시는 굉장히 성실한 고등학생으로 그려진다.

그녀는 수영을 좋아하며, 아르바이트도 부지런히 한다. 집안 형편이 어렵게 되자, 도로주행을 정비하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뛰기도 한다.

하지만, 동급생들과 도묘지의 엄마, 일부 여학생들을 비롯한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은 이런 그녀의 성실성을 가려버리고, 그녀에게 끊임없는 역경을 가져다 준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가난'이 있다.

 

 

 츠쿠시가 공부도 성실히 하고, 아르바이트도 착실히하는 학생의 삶을 거쳐 성공하여 큰 회사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결국 소위 말하는 이지메 짓을 하며 F4라는 클럽을 만들고 친구들과 놀러다니는 도묘지를 사회적인 위치로 이길 순 없다.

그녀의 위치는 결국 도묘지 그룹의 부를 쌓는데 기여하는 결과를 낳게 될 뿐이다. 

이는 청년세대가 노력을 기피하고, 효율을 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록 수백년 전처럼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지는 사회는 아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은 쉽게 매워지지 않는다.

이것이 청년세대들이 '수저론'을 등장시킨 배경이며,

명문 에이토쿠 학원에서 도묘지와 F4가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계기이다. 

 

 

 

그런데, 츠쿠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90%의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며, 절대 대항할 수 없을 것 같은 1%의 도묘지에게 발차기를 날린다.

단순히 자신의 어머니가 만든 도시락을 도묘지가 무시했다는 이유로, 그녀는 도묘지에게 독설까지 날리기도 한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아니 90%에 속하는 성숙한 시민이자 어른인 당신은 이 한 방을 날릴 수 있는가?

 

 

 

 그렇기에, 츠쿠시의 주먹질은 단순한 몸부림이 아니다. 

1%를 향한 울분 섞인 저항이자, 의문이 가득한 자본주의적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인 것이다.

마치 하늘과 땅 같아 보이는 격차와 자신을 둘러싼 차별섞인 시선에서 츠쿠시는 이에 체념하지 않고 주먹을 날린다.

그 이후, 잠시동안이나마 교내에서는 F4의 딱지가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여전히 도묘지가 강행한 이지메의 피해자는 넘쳐나지만, 도묘지는 이후 자신에게 복수하려던 이지메의 피해자 가족에게 직접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 이유의 8할은 도묘지가 츠쿠시를 좋아하게 되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츠쿠시의 발차기는 도묘지에게 충격적이고 강력했던 것이다.

 

 

 

 

3. 어른들에게 가하는 일침

 

 

 

 전혀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던 둘은 '사랑'의 힘으로 가까워진다.

그리고 온전히 본인의 의지로, 두 사람은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

이는 이 세상에 영원한 벽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세계 곳곳에서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선을 그으며, 차이를 차별로 만들고,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다른 누군가를 동정하고 연민하길 거듭하는 우리이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언젠가 함께해야 하는 존재이며, 평등하다는 것이다.

 

 

 츠쿠시는 여전히 1%를 향해 발차기를 날릴 것이며,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는 절대 굴하지 않을 것이다.

츠쿠시는 일본에서 사회적인 위치로 보았을 때 수많은 평범한 여고생들 중 한 명에 불과하다.

그런 그녀가 우리앞에서 주먹을 날리는 것이다.

 

이 세상에 '어쩔 수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없다고 말하면서.

 

"난 도망가지 않아! 선전포고야! 어디 덤빌테면 덤벼 봐!" 라는 그녀의 말은 밟혀도 채여도 지지 않는 '츠쿠시'다움을 잘 나타내는 말인 한편, 그렇지 못한 어른들에게 가하는 일침이다. 

 

 

츠쿠시가 자신의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엎은 도묘지에게 화나서 날리는 독설. 사실상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자, 이 리뷰를 쓰게 된 핵심적 장면이다.ㅡ이 대사가 끝나고 츠쿠시는 도묘지에게 '한 방'을 날린다.

 

 

 

그렇기에, 그녀의 주먹은 자본주의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칼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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