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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산층 그리고 맞벌이 부부의 삶

Winnipeg101 LV 10 22-01-02 259

같은 부서에 일하는 분들 중에 세사람이 최근에 집을 샀다. 미국에서 집을 사면 대부분 모기지 론을 하기 마련이다. 미국에서 모기지는 집값의 20%를 본인 돈으로 지불하고 남은 금액을 20 – 30년에 걸쳐 갚아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한때 모기지 이자가 3% 이하로 떨어진 적이 있지만 지금은 테이퍼링으로 4%를 넘어가는 상황이다. 애틀란타가 미국의 다른 대도시에 비교해서 집값이 싼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형편이 되는 만큼 지출은 늘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에 역시나 대부분은 평생을 빚을 갚아가며 살게 된다. 많이 벌든 적게 벌든 기본적인 지출은 항상 그 규모에 맞춰 정해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기지, 자동차 할부, 보험료, 보육비, 식비 등 기본적인 지출을 하고 나면 그다지 남는게 없는 삶을 산다. 대부분 사람들은 저축을 하지 못한다.

 

미국사람들은 전세계적으로 낭비하고 절약할 줄 모른다는 것으로 악명높다. 일정부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주위의 사람들을 보았을 때 그렇게 많이 낭비하거나 흥청망청 쓰고 산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주로 만나는 미국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학사나 석사를 마친 회사에 다니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중산층 정도의 사람들이다. 아마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나 전문직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른 상황일 수 있을 것 같지만 내가 경험한 기준으로 미국 사람이라고 사는게 그다지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중산층 미국인의 주된 지출은 아무래도 모기지다. 그들이 집을 살 때 고려하는 것은 학군과 안전이다. 학군은 미국에서도 몹시 중요한데, 좋은 학교가 있는 지역은 집값이 비싸다. 또 지역에 따라 범죄율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총기 소유가 합법적인 미국에서 안전한 지역에 사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학군을 생각해서, 안전을 따져서 집을 사다보면 결국 비싼 집을 무리해서 빚을 지고 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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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내 눈에 들어온 책 중에 하나는 “the Two-Income Trap”이라는 책이다. 한국에는 ‘맞벌이의 함정’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미국의 중산층의 현실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엘리자베스 워렌이라는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출신이다. 파산법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관계로 이 책에는 미국 중산층 가정의 파산의 실례가 다양하게 등장한다.

 

저자가 말하는 바는 이렇다. 오늘날 맞벌이 가정은 과거 미국의 single income 가정보다 더 많이 번다. 그러나 그들은 늘어난 신용을 바탕으로 좋은 학군과 안전한 지역의 집을 사게 되었고 이는 집갑의 상승을 가져오고 미국 공교육의 실패와 맞물려서 결과적으로 중산층을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맞벌이의 소득에 맞추어 고정지출을 늘였던 많은 중산층들은 실직을 맞게되면 그 규모를 감당할 수 없어서 파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해고가 자유롭고 의료보험의 부담이 큰 미국에서 이러한 위협은 아주 실제적이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경제학이나 경영학 전공자가 아니어서 시야가 개인의 사례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러한 위협이 실제적이라는 점에서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는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참고로 이 책의 저자는 최근 뜨는 민주당 정치인 중에 하나이다. 최근 힐러리가 주춤하는 사이 그를 대신할 여성 대권주자 중에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정치 신인이었던 그녀는 2008년 미국 신용위기 때 소비자 금융보호 단체(U.S.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를 창설했고, 월가에 실날한 비판을 해서 저격수로 이름을 얻었다. 2012년 공화당 지역이었던 펜실베니아 주에 상원의원으로 출마해서 승리해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말을 직설적으로 논리적으로 잘하는데, 여자라는 점, 그리고 중산층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그 인기가 플러스가 되는 것 같다.

태그 : https://isaacinseoul.com/2014/09/14/미국의-중산층-그리고-맞벌이-부부의-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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