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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과거를 반성하는 나라,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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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라(강화뉴스 캐나다 특파원)

승인 2021.06.02 09:41

 

 

- 캐나다 BC주 캠룹스 식민지 기숙학교 부지에서 어린이 피해자 유골 215구 발견

“부끄럽고 어두운 캐나다 역사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정부는 무고한 영혼들을 추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2021년 5월 30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담화 -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희생자 어린이을 위해 자발적으로 낡은 신발을 가져와서 추모의 물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27일, BC주(브리티시컬럼비아주) 캠룹스 지역의 레지던셜 스쿨(Residential School, 식민지 기숙학교)부지에서 3살 유아를 포함한 어린이 유골 215구가 발견 되었다는 성명이 발표되어 캐나다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캐나다의 부끄러운 역사인 레지던셜 스쿨은 퍼스트 네이션(캐나다에서는 인디언이나 원주민 대신 존중의 의미를 담은 First Nation이란 단어를 사용한다)자녀들의 백인 문화 동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숙학교다.

 

한국인에게 일제강점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레지던셜 스쿨은 1876년에 시작되어 1996년에 마지막 학교가 폐쇄 되었다.

 

대부분의 레지던셜 스쿨은 개신교, 영국성공회, 로마가톨릭교회에서 운영했고, 퍼스트 네이션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개종과 영어 사용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폭력과 끔찍한 학대가 자행됐다.

 

1922년에 출간된 닥터 피터 브라이스(Dr. Peter Bryce)의 기록집인 ‘국가 범죄에 대한 이야기’에 의하면 기숙학교 학생 사망률은 무려 14%~24%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1986년 캐나다 연합교회가 교계 최초로 공식적인 사과를 전했고, 1993년에는 성공회와 장로교단이 사과와 용서, 회개를 발표했다.

 

2009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원주민 학교 피해자에 대해 비애(expression of sorrow)를 표시했지만 공식 사과는 하지 않았고, 2017년 5월 트뤼도 총리는 프란시스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생존자에 대한 교황청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캐나다 정부는 2008년 6월 11일 스티븐 하퍼 총리가 “퍼스트 네이션 어린이들을 부모에게서 떼어내 강제로 교회 기숙학교에 수용, 고유의 전통과 단절시키는 고통을 주었던 과거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라고 최초로 사과하였고, 트뤼도 현 총리는 2017년 11월 24일에 정부 주도로 자행된 퍼스트 네이션 학생들에 대한 차별과 학대, 문화 말살 정책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2015년 ‘화해와 진실위원회(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는 레지덴셜 스쿨을 문화적 제노사이드로 규정하였고, 학교에서는 퍼스트 네이션 탄압의 내력을 빠짐없이 가르치며 잘못된 과거를 잊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엄마, 캐나다의 퍼스트 네이션은 긴 머리카락을 무척 소중하게 여겼는데, 레지던셜 스쿨에서 강제로 머리를 잘라 버렸대.”

 

하교 길에 딸들이 오늘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이야기 했다. 딸들 학교는 이번 주 내내 조기를 게양하고 레지던셜 스쿨에 대한 역사교육과 세상을 떠난 어린이들을 추모하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6월 2일에는 인근의 로마카톨릭계 학교에서 추모행사가 계획 중인데, 우리 집 둘째도 참석이 예정됐다.

 

딸들은 비록 캐나다에 온지 얼마 안됐지만, 최근에 넷플릭스 드라마 ‘빨간머리 앤(Anne with an 'E')’을 시청하면서 레지던셜 스쿨을 접한 바 있다.

 

드라마에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들이 등장 하는데, 그 중 한명이 앤의 퍼스트 네이션 친구 카퀫이다. 카퀫이 레지던셜 스쿨에서 학대를 당하는 장면은 마치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서대문형무소에서 고문을 당하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딸들에게 “이번에 발견된 유골은 아마도 카퀫 같은 어린이들이었을 거야.”라고 설명 하니 시무룩해진다.

 

다름을 이유로 자행된 야만 앞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이런 장면이 한국인인 우리에겐 너무 익숙하다. 식민지배, 한국전쟁, 분단의 아픔, 군사독재, 민주화투쟁 등 비극의 근현대사가 있기 때문이다.

 

잘못한 어제보다 더 나쁜 것은 반성하지 않는 오늘이다.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치욕의 역사를 통렬하게 사죄하고 성찰하는 캐나다 사람들의 태도는 한국인으로서 본받고 싶다.

물론 캐나다는 지금도 퍼스트 네이션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2020년에도 BC주에서 약물중독 상태였던 퍼스트 네이션이 경찰 체포 과정에서 사망하였고, 뉴브런즈윅(New Brunswick)주에서는 퍼스트 네이션 여성이 경찰의 총에 숨지는 등 공권력에 의한 퍼스트 네이션 사망사건이 여전하다.

 

‘화해와 진실위원회(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가 “퍼스트 네이션 고유문화 상실은 학생들을 알코올과 약물 중독, 폭력, 성폭력, 정신질환, 자살충동으로 이끌었다.”고 보고한 만큼, 레지던셜 스쿨은 문화의 다양성을 자랑하는 캐나다 사회의 그늘이자 문제의 시발점이다.

 

산속에서 조난을 당하면 해야 할 일은 하나 뿐이다. 나침반을 들고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야 한다. 잘못된 바로 그 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겠다는 캐나다 사람들의 각오를 응원한다.

 

이번 주는 우리가족도 캐나다 사람들과 함께 하늘로 떠난 별 같은 아이들의 명복을 빌어야겠다.

 

사진제공: 뉴웨스터민스터 지역의 초등학생 

Elisha Park


* 본 기사는 김세라 기자의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sailorki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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