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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가 필요한 반일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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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2021.11.23 18:18   

수정 : 2021.11.23 20:15

 

 

[재팬 톡] 진화가 필요한 반일 메시지

최근 일본의 한 대학교수가 이런 얘길 들려줬다. 대학 1, 2학년을 상대로 한 수업이었다고 한다. "삼성이 과거 소니를 이기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고 말하니 학생들 표정이 그야말로 '어리둥절'이었다고 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교수님, 지금 무슨 얘길 하는 것인가요'라는 의아한 눈빛이었다"고. 적어도, 그 자리에 있던 갓 스물의 일본 대학생들 머릿속 삼성전자는 '태생부터'가 미국 애플과 경쟁하는 거대 글로벌 기업이었을 것이다. 1980년대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 설움받던 그 옛날 싸구려 삼성의 이미지도, 한때 삼성의 목표가 소니였다는 것도, 어쩌면 한국 산업계가 일본 기업들을 맹렬히 추격해 왔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도 '감각'이 없을지도 모른다. 

다른 대학의 교수도 비슷한 얘길 해줬다. "학생들의 머릿속에 한국은 일본과 힘이 비슷한 '대칭적'나라이며, 아시아에서 일본과 나란히 마주보고 얘기할 수 있는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쇼와시대(1989년 종료)를 관통했던 일본인들이라면 으레 가졌을 법한 식민지 한국에 대한 비뚤어진 우월감 따윈 현저히 약화됐거나 사라졌다는 얘기다. 덧붙이자면 영국과 프랑스처럼, 독일과 프랑스처럼 '격차없이' 서로의 나라를 드나들면서 두 나라의 문화권을 향유할 수 있다는 의미쯤으로 해석됐다.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인 '오징어게임' 속에 나오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은 일본 넷플릭스에서는 일본의 유사 게임인 '다루마상가 고론다'로 번역되지만, 최근 일본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한국어 발음 그대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고 말하고 논다고 한다. 길가던 한국 교민들이 깜짝 놀라면서도 반가워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다르게 당황시킨 말도 있다.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2019년 8월 문재인 대통령)는 극일 메시지다. 무슨 말인지 취지는 십분 이해하겠지만 수평적으로 영위해온 국제분업 구조 질서를 망가뜨린 아베 신조 정권에 대한 날선 비판 메시지에서 그쳤으면 좋았을 것 같다. "다시는 지지 않겠다"는 메시지는, 이미 숱한 담금질을 통해 한국이란 나라를 선진국 반열로 올려놓은 국민들과 기업, 또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해외 교민들에게 '의문의 1패'를 안기는 말이다. 

'태생부터' 애플과 경쟁하는 삼성을 가진 나라, 한국이라고 하면 세련됐다는 이미지를 품고 있는 일본의 1030대들에게, 또 이미 열정과 실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한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시시때때로 한국에서 흘러나오는 "지지 않겠다" "진정한 극일" 등의 말이 무슨 미래지향적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인지 한 번 물어보고 싶다. 밖에서 보니, 대한민국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성장했다.선진국이다. 대선이 가까워지고 있다. 반일 메시지를 내려고 하거든, 미래 세대를 위해 좀 더 세련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mail protected]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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