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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진정한 대화 원한다면, 자신부터 되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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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진정한 대화 원한다면, 자신부터 되돌아보세요"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입력 2016.06.13 03:00 | 수정 2016.06.13 09:21

 

임명근 기자

임명근 기자

박재연 Replus(리플러스) 대표의 직업명은 '대화 교육 안내자'다. 기업 CEO·부모·교사·학생 등 다양한 이들을 대상으로 말하고 듣는 일을 돕는다. 최근엔 '말이 통해야 일이 통한다'(비전과리더십)를 펴내며 직장인을 위한 대화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상대가 누구든 대화를 원활히 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나를 아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타인 마음을 헤아리거나 소통하는 기술(技術)을 배우는 것은 그다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녀와 대화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겐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하나 있다. 10여 년 전, 아이는 다섯 살이던 어느 날 덧셈을 못 한다는 이유로 박 대표에게 크게 혼이 났다. 눈물이 쏙 빠지도록 야단을 들은 아들이 한참 후 편지를 한 장 주고 갔다. 편지에는 서툰 글씨로 '엄마, 너무 무서워요'라고 적혀 있었다. "그 순간 제 눈앞에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어요. 저는 아버지께 심한 학대를 받으며 자랐거든요. 맞다가 기절한 적도 있어요. 학대로 힘들게 자란 제가 아이를 향해 언어 학대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는 아이와의 관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의 결론은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나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둘러싼 환경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부모는 주변과 자녀를 비교하는 일이 잦아집니다. '저 집 애는 저렇게 앞서 나가는데, 우리 애는 뭘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면 뭔가 어긋납니다. 사실 아이가 피곤해서 잔다는 상황만 놓고 보면 엄마가 화를 낼 일은 아니거든요.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해 속상해하는 엄마 마음이 문제인 거죠."

 

그러나 아무리 나이 먹은 성인(成人)이라도 자기 마음을 제어하기는 어렵다. 박 대표는 자녀가 방 청소를 하지 않았을 때를 예로 들었다. "많은 부모가 다짜고짜 이렇게 말을 시작하죠. '너 이리 와 봐' '방이 이게 뭐야?' 라고요. 남과 비교도 합니다. '네 친구 철수는 깔끔한 데다 공부도 잘한다던데 넌 왜 이 모양이니?' 그리고선 협박과 강요가 이어지죠. '당장 들어가서 방 치워' 그러다 보면 엄마도 사람인지라 미안해집니다. 죄책감이 들면 내 행동을 합리화합니다. '네가 방 청소만 했어 봐. 엄마가 이렇게 했겠어?'라고요."

 

그러나 자신을 성찰하면 행동이 달라진다. ▲나를 알아차리고 ▲내가 보는 사실을 객관화하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하며 ▲나의 핵심 요구를 찾아보는 순서를 거친다는 것이다. "먼저 '쟤는 누굴 닮아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잠깐 멈춰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고 인식합니다. 그런 다음 내가 어떤 상황과 마주하고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아이가 방 청소를 안 했다'는 것이 사실이죠. 그다음 할 일은 내 감정을 떠올리는 겁니다. '내 말을 안 들어줘서 서운하다' 등이죠. 그리고 나면 핵심 요구를 찾아봅니다. '나는 엄마로서 존중받기를 원한다' '집이 깨끗하기를 원한다' 같은 거죠. 그럼 나는 아이에게 뭘 요청하고 싶은 걸까요? '밥 먹기 전까지 15분 남았으니까 청소해줄래? 빨래는 빨래통에 넣어 놨으면 좋겠어'하고 구체적으로 요청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행동으로 옮길 확률이 높아집니다." 박 대표는 "핵심은 '평가' 대신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나에 대한 성찰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못마땅한 점을 봤을 때 감정 조절을 못 한다. 예컨대 아이가 "엄마가 내게 해준 게 뭐가 있어?"라고 소리치면 부모는 화를 억제하지 못하고 폭발한다. 그러나 조절되지 않는 분노는 없다. "직장 상사를 상대로 분노 조절 못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요? 화를 내도 되는 상대와 아닌 상대를 구분하는 거죠. 아이는 전자에 해당하고요." 박 대표는 분노가 생각 때문에 올라오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이가 '엄마가 내게 해준 게 뭐가 있어' 하면 화가 날 거예요. 그러면 그 화가 어디서 왔는지 분석해봅니다. 먼저 내 감정을 세분화해봅니다. 당연히 서운할 거고요. '내가 더 뭘 더 해줘야 하지?' 하면서 맥이 빠져 있을 거예요. 그 다음엔 내가 원하는 것을 떠올립니다. '나는 최고의 엄마는 아니지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다' 하고요. 그럼 이것을 자녀에게 어떻게 표현할까요? '엄마가 네게 그 말을 들었을 때 ('화가 났어'가 아니라)서운했고 슬펐고 기운이 빠졌어. 왜냐하면 엄마도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 너도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라고 명확하게 말합니다. 화를 내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인 것이죠."

박 대표는 "많은 부모가 사춘기 자녀와 갈등을 겪곤 하지만, 모든 집이 그렇진 않다"고 했다. 사춘기엔 2차 성징 등 신체 변화가 일어남과 동시에 자기중심성이 강해진다. 이기적으로 행동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가 꼭 갈등을 의미하지 않는다. 박 대표는 이 대목에서도 부모의 대처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부모가 자녀에게 밖에 나가서 저녁 식사를 하자고 제안하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부모가 식사하러 가자고 했을 때 아이가 '어디 가는데요? 저 그거 안 먹고 싶어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자극을 주는 건 자녀지만, 그 자극에 대처하는 건 부모입니다. 자녀가 그렇게 나온다고 해서 모든 부모가 화를 내진 않습니다. 어떤 부모는 '건방진 녀석' 하고 화를 내며 나가버리고, 어떤 부모는 문을 똑똑 두드려 '언제 나가면 네가 같이 가겠니?' 하고 물어 결국 아이를 데려가고, 어떤 부모는 외식을 포기하고 집에서 먹으며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대처가 다 다른 거죠."

그렇다면 이미 사이가 나빠진 사춘기 자녀와 화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에게는 기존 부모에 대한 상이 있습니다. '우리 아빠는 이런 사람이야' '우리 엄마는 저런 사람이야' 하고 이미 나름의 평가를 내린 상태입니다. 아빠가 이미 권위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아이에게 갑자기 친근하게 다가가려 하면, 오히려 대화가 안 됩니다. '왜 저래? 또 어디서 새로운 자녀 교육서를 읽었나?' 하고 반감을 가집니다."

박 대표는 '눈을 보고 대화할 것'을 제안했다. "평소와 같이 대화하는 게 기본입니다. 보통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 '밥 먹었니?' 하고 물어보면 아이가 '밥 먹었어요. 아빠는요? 저 잘게요' 하는 게 전부라고 칩시다. 그러면 그 대화를 하되, 다른 모든 행동을 멈추고 눈을 보면서 온 정성을 다해 그 얘기를 나누세요. '밥 먹었니?'라는 말을 핸드폰 보면서 하지 않습니다. 말하는 순간엔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면 분명 아이는 변화를 느낄 겁니다. 자녀가 '네, 아빠는 식사하셨어요?' 하고 대꾸하면, 다시 눈을 보고 말합니다. '그래, 먹었다. 아빠한테 물어봐줘서 고맙다' 하고요."

그는 "대화는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라며 "일상적으로 하던 대화를 제대로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계속 하다 보면 아이가 어느 날 '아빠 뭐해요?' 하고 먼저 물어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또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보고 아이와 대화를 하는 겁니다."  박 대표는 "대화가 끊어진 사춘기 아이와 대화 하는 법은 대화 양을 늘리는 게 아니라, 하던 이야기를 더 진정성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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