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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쇠고기찜' 뵈프 부르기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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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쇠고기찜' 뵈프 부르기뇽 
영화 ‘줄리 앤 줄리아’ 중에서

 

 

주인공 줄리를 웃고 울게 만드는 음식 ‘뵈프 부르기뇽’. 줄리가 유명 요리연구가 줄리아 차일드의 525가지 레시피를 실제로 해보기로 마음먹게 만드는 요리이자, 만드는 데 실패해 여러 번 좌절하는 요리다. 프랑스 부르고뉴 농부들이 먹던 이 음식은 사태·홍두깨 같은 질긴 부위를 오래 끓여 부드럽게 만든다. 레드 와인, 채소 등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소스는 빵에 찍어 먹는다. [김경록 기자]



江南通新이 ‘이야기가 있는 음식’을 연재합니다.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요리와 이 요리의 역사, 얽힌 이야기 등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는 영화 ‘줄리 앤 줄리아’의 프랑스식 쇠고기찜(뵈프 부르기뇽)입니다. 

2009년 개봉한 ‘줄리 앤 줄리아’에는 두 명의 여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줄리(에이미 아담스)는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요리 프로젝트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죠. 전설의 프랑스 요리연구가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립)의 요리책을 보며 1년 동안 525가지 요리에 도전하는 겁니다. 이 스토리는 실화라 더 유명하지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줄리는 여러 번 ‘뵈프 부르기뇽’을 만듭니다. 프로젝트를 결심하게 한 음식이자 프로젝트를 망칠 뻔한 음식으로 줄리를 여러 번 웃고 울게 하지요. 영화 속 그녀를 좌절하게 만들고 위로도 했던 음식, 뵈프 부르기뇽을 소개합니다.

 

줄리가 만든 음식을 맛본 뒤 행복해하는 남편 크리스(위)와 요리 만들기에 성공할 때마다 성취감을 느끼며 기뻐하는 줄리(가운데), 요리가 실패하면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며 좌절하는 줄리(아래).

#1 줄리는 남편 크리스(에릭 포웰)와 함께 저녁을 먹는 중이다. 전화 상담원 일에 지칠 대로 지친 그녀는 블로그를 시작하는 문제에 대해서 남편과 상의 중이다. 

 크리스 : 우리가 사는 동네? 일에 대한 이야기? 부담 없이 시작해봐. 요리는 어때? 

 줄리 : 난 줄리아 차일드 같은 요리사도 아닌데? 음… 줄리아 차일드의 책을 마스터하는 과정을 올리는 건 재밌겠다. 내가 여덟 살이었을 때 아버지가 중요한 사업 문제로 사장을 집에 초대했어. 그때 엄마가 뵈프 부르기뇽을 만들었던 순간이 기억나. 아무렇게나 만든 거 말고 줄리아 차일드 레시피로 만든 진짜 뵈프 부르기뇽이었지. 한입 먹는 순간 진짜 줄리아 차일드가 식탁 옆에 있는 것 같았어. 키가 크고, 착한 표정을 짓는 착한 요정처럼. 그 식사 후에 아버지의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됐어. 멋진 기억이지. 

#2 1년에 525개 요리를 완성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남편에게 싸움을 걸면서 엉엉 우는 줄리. 그때 줄리아 차일드 책의 편집자인 주디스 존스가 줄리의 집에 찾아오겠다며 전화를 걸어온다. 의욕이 샘솟은 줄리는 뵈프 부르기뇽을 대접하기로 마음먹는다. 준비한 쇠고기의 핏기와 물기를 제거한 뒤 팬 위에서 고기를 굽는다. 무쇠 냄비에 채소와 고기를 넣고 와인을 부은 뒤 뵈프 부르기뇽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줄리. 요리가 완성되는 동안 줄리아 차일드의 옛날 요리 방송을 보며 행복해한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가정식 요리 
요리연구가 줄리아의 책으로 전 세계 퍼져 
국내 예능선 '신동엽도 만드는 요리' 별명 


지금 서울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가정식’ 열풍으로 뜨겁다. 해석하자면 ‘집에서 만든 음식’보다 ‘집에서 만들 수 있을 만큼 쉽고 맛있는 음식’이란 뜻에 가깝다. 어렵고 복잡할 것 같은 프랑스 요리 중에도 가정식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영화와 TV를 통해 소개돼 이름을 알린 뵈프 부르기뇽이다. 2009년에는 영화 ‘줄리 앤 줄리아’를 통해 알려졌고, 지난해에는 케이블 TV 프로그램 ‘정재형의 프랑스 가정식’에 소개돼 요리 블로거들의 호평을 받았다. 올해 요리 프로그램 ‘오늘 뭐 먹지’에도 등장했다. ‘신동엽도 할 수 있는 요리’라는 별명도 얻었다. 

 뵈프 부르기뇽은 원래 프랑스 남서부 부르고뉴 지방 농부들이 먹던 음식으로 지금은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사랑받는 메뉴가 됐다. 요리연구가 줄리아 차일드가 1961년 낸 『프랑스 요리 마스터하기(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에 소개된 덕이 크다. 그는 뵈프 부르기뇽을 두고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맛있는 쇠고기 요리’라고 묘사했다. 

 뵈프(Bœuf)는 쇠고기를, 부르기뇽(Bourguignon)은 프랑스 남서부 부르고뉴 지역을 뜻한다. 뵈프 부르기뇽의 영어식 표현은 ‘비프 버건디’(Beef Burgundy) 다. 


 

전설적 요리연구가 줄리아 차일드(왼쪽), 줄리아의 요리를 재현하는 영화 속 줄리(오른쪽),



 “전 세계에 수십 가지 레시피가 변형돼 사용되고 있지만 기본기를 지키려면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 쇠고기와 부르고뉴 와인으로 만들어야 해요.” 르 꼬르동 블루 숙명 아카데미의 로랑 레즈 조리장의 설명이다. 일본의 와규, 미국·호주의 블랙 앵거스처럼 소에도 품종이 있는데 그중 부르고뉴 품종인 샤롤레(Charolais)종 고기를 쓰면 최고라고 한다. 매년 8월 샤롤레 고기 축제엔 이 지역 전통 레시피로 조리한 뵈프 부르기뇽을 맛보는 게 행사의 하이라이트다. 뵈프 부르기뇽을 만들 땐 부르고뉴 와인을 쓰는 게 좋다. 프랑스 음식에는 와인을 넣고 조리한 레시피가 많은데 해당 지역 와인을 넣고 만드는 게 가장 음식의 맛을 살리는 방법이다. “부르고뉴는 ‘여왕의 와인’이라 불리는 피노누아(Pinot Noir)로 유명해요. 산도가 높고 과일 향이 풍부한 데다 타닌이 높지 않아 뵈프 부르기뇽에 풍미를 더 하는 데 제격이죠.” 레즈 셰프가 덧붙였다. 

 통의동 ‘가스트로 통’의 롤란드 히니 셰프는 “초기 뵈프 부르기뇽은 농부들이 먹던 음식으로 그다지 좋은 재료를 쓰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재료의 질이 점점 높아지면서 맛 자체가 개선됐다”고 전했다. 

 르 꼬르동 블루에서 가르치는 뵈프 부르기뇽의 정통 조리법은 일반적인 조리법보다 복잡하다. 깍둑썰기한 소고기와 양파·당근 등 채소를 커다란 그릇에 담고 여러 개의 허브를 모아놓은 요리 재료 부케 가르니(Bouquet Garnis), 후추, 레드 와인, 올리브 오일과 함께 하룻밤 숙성한다. 고기와 채소는 수분을 제거한 뒤 팬에 굽고 냄비에 담는다. 여기에 레드 와인, 육수, 토마토 페이스트, 부케 가르니를 추가해 오븐에서 1시간 반 조리하면 완성이다. 

 “이 모든 과정을 지킨다면 가정식이라 할 수 없겠죠. 정통 레시피는 복잡하지만 이 중에 몇 가지 과정을 생략해도 충분해요.” 레즈 셰프는 “밀가루를 넣어 볶거나, 부케 가르니에 들어가는 허브의 수를 줄여도 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뵈프 부르기뇽을 선보인 곳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레스토랑 ‘파리스그릴’이다. 1978년 문을 연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같은 해 처음 뵈프 부르기뇽을 판매했던 기록이 있다. 이후에는 와인 바를 겸하는 대치동 ‘베레종’, 이태원 ‘르 생떽스’ 등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꾸준히 고정 메뉴로 판매하고 있다. 역사가 오랜 메뉴인 만큼 식재료나 조리법, 조리 시간도 다양하다. 청담동 ‘비스트로 드 욘트빌’의 토미 리 셰프는 등심이나 안심 대신 고소하고 부드러운 윗갈비를 쓴다. 소금이 배도록 설탕과 소금을 섞은 찬물에 갈비·채소·허브를 넣고 하룻밤 재우는 게 기본 간을 하는 비법이다. “부케 가르니에 들어가는 허브 종류가 너무 많으면 향이 강해서 고기 맛을 압도할 수 있으니 서너 가지만 섞어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타임, 월계수 잎, 파슬리 줄기, 마늘, 후추 다섯 가지만 쓴다. 

 서래마을 ‘라 싸브어’의 진경수 셰프는 사태와 양지 부위를 선호한다. 그래야 소스 맛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고기는 레드 와인에 하룻밤 숙성한 뒤 끓일 때는 타임과 파슬리 줄기, 월계수 잎과 대파를 묶은 허브를 넣어 두 시간 반 조리한다. “그 이상 조리하면 흐물흐물해져 식감을 즐길 수 없다”는 게 진 셰프의 말이다. 

 신동엽이 뵈프 부르기뇽 조리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오늘 뭐 먹지’의 석정호 PD는 비법 하나를 전했다. 쇠고기를 구울 때 버터를 듬뿍 넣어 굽는 거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양을 한 숟가락 푹 떠서 넣으면 소스가 졸아들면서 맛이 더 깊고 진해진다고 한다. 

 곁들여 내는 사이드 디시로는 크루통(Crouton)이 있다. 크루통은 식빵을 구워 식감을 바삭하게 한 것을 말한다. 부르고뉴에서는 식용유와 버터에 구운 하트 모양 크루통을 함께 내는 걸 정통으로 친다. 삶은 감자를 으깨 크림과 섞은 매시드 포테이토와도 잘 어울린다. 부르고뉴 피노누아 레드 와인과 궁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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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이야기 

요리 못한다 구박하던 셰프도 “쎄봉!” 
자신감 준 뵈프 부르기뇽 

6년 전 일이다. 어릴 적부터 요리에 재능이 있다고 자신했던 나. 의기양양하게 르 꼬르동 블루 숙명아카데미에 입학했다.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나와 함께 수업을 듣는 이들은 10년 경력의 요리 교사, 레스토랑 운영자, 와인 전문가 등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집에서만 요리했던 나는 손가락을 베고, 비싼 재료를 망쳐서 셰프에게 혼나고, 반죽을 밀다가 속을 채운 버터가 터져 나와 엉엉 울었다. 요리는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때 자신감을 되찾아준 요리가 바로 뵈프 부르기뇽이다. 투박하게 썬 쇠고기를 팬에 굽고 훈연한 삼겹살, 토마토 페이스트, 채소를 넣고 함께 볶는 요리다. 여기에 송아지 육수, 레드 와인을 부어 오븐에 넣고 졸이면 된다.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충분히 볶아야 쓴맛이 나지 않는다. 내 요리를 한 조각 맛본 세프는 “쎄봉(C’est bon)!”을 외쳤다. 그날의 요리가 4학기에 이르는 힘든 수업을 모두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얼마전 TV 프로그램 ‘오늘 뭐 먹지’ 출연자인 신동엽이 서툰 요리 실력으로도 뵈프 부르기뇽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걸 봤다. 프랑스 요리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강추하는 메뉴다. 
김은지(31·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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