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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가 알려주는 외국어 잘하는 법 (1)

Winnipeg101 LV 10 21-12-05 338

박기범의 영어 팩트체크

한국말을 기가 막히게 잘하기로 유명한 외국인 방송인 타일러 라쉬의 인기가 대단하다. 그는 세계 각국의 젊은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JTBC 방송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고정패널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의 우리말 실력은 한국인 사회자와 '사자성어' 겨루기를 벌일 정도로 뛰어나다. 게다가 미국과 한국 최고의 명문 시카고 대학과 서울대에서 공부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일명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미국인 타일러의 인기 비결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그의 탁월한 우리말 실력이다. 우리말을 공부한 지 7년, 한국에 거주한 지 4년만에 그런 실력을 갖게 되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평생 영어를 공부한다 하면서도 초급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묘한 질투심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미국인 타일러 라쉬의 우리말 공부법을 들여다 보면 거꾸로 우리가 어떻게 영어를 익힐 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타일러 인터뷰 동영상을 통해서 하나하나 살펴보자.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는 미국인 타일러 라쉬

 

1. 외국어를 잘하려면 '진짜 고생'을 해야 한다.

"(외국어) 공부를 하면서 많은 고생을 합니다. 많은 고생을 해요"

언어천재 타일러도 '고생'을 토로한다. 그런데 잠깐! 고생은 우리도 충분히 하지 않았던가? 우리의 고생이 부족했던 걸까? 

그렇다. 우리는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충분히 고생해 본 적이 없다. 용하다는 영어강의나 강사를 찾아 이리저리 떠도는 건 고생이 아니다. 두세 달 좀 공부하다 밀려오는 좌절감에 포기하곤 하던 기억들은 진짜 고생이 아닌 것이다.명문대 출신에다 머리도 좋은 타일러가 7년간 "고생을 한다"던 그것이 바로 진짜 고생이다. 

평범한 한국인도 10년 정도 진짜 고생을 한다면 타일러의 한국어 수준으로 영어를 잘할 수 있다. 실제로 타일러의 한국어 실력 이상으로 영어를 잘 하는 토종 한국인들도 상당히 많다. 다만 미국에는 영어를 잘하는 외국인이 너무도 흔하기 때문에 이슈가 되지 않을 뿐이다.

머리쓰는 고생, 단어 암기하는 고생, 어법을 이해하려는 고생, 익힌 것을 반복하는 고생. 1988년생으로 아직 나이 서른도 채 되지 않은 타일러 라쉬가 괜히 탈모증에 시달리는 게 아니다.

 

 2. 외국어를 잘하려면 먼저 이해하고 다양하게 응용해야 한다.

 "이제 다 이해를 하고 바로 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자어가 많잖아요... 이 한자와 저 한자를 알면 이렇게 갖다 붙여서 합성어가 되잖아요."  

외국어를 익히려면 그 언어의 메커니즘을 먼저 이해해야한다. 문법이라고 불러도 좋고, 원리라고 불러도 좋다. 모든 언어에는 그런 기본 메커니즘이 있다. 테일러는 한자를 조합해서 어휘를 만들어내는 우리말의 원리를 이해했다. 그래서 "그냥 말을 만들어"보는 재미를 느낀 것이다.

예를 들어, 글을 다루는 학문을 '문학'이라고 이해했으면, 숫자를 다루는 학문은 '수학'이 아닐까? 우주를 다루는 학문은 '우주학'인가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물론 '우주학'은 잘 쓰이지 않는 어색한 표현이고 '천문학'이 맞는 표현이라고 한국 원어민들이 교정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주학'은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표준어이다.다만 우리도 잘 몰랐던 표현일 뿐. 

자유로운 응용력의 힘은 원어민들이 가진 단순지식의 범주를 능가할 수도 있다.  타일러는 인터뷰에서 "어떤 뜻이 있는 말이 필요한데 ... 그냥 말을 만들어볼까? 그러다가 그냥 만들어버려요"라고 말했다. 

기본 메커니즘을 이해했다고 바로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만들어보는 과정은 중요하다. 타일러를 비롯한 언어학습자에게 이것은 고되지만 매우 재미있는 과정이다. 단순한 주입식 암기 위주의 영어학습이 재미 없고 효과도 없는 이유다. 문장을 암기해서 말하는 과정에 이해나 응용 따위는 없다. 열개를 암기하는 것보다, 한개를 이해하고 열가지로 응용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고 효과적이다.

at night를 '밤에'라고 이해했으면 at morning을 '아침에'라고 응용해 보는 것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물론 in the morning​이 맞는 표현이라고 교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아침에는 in the morning, 밤에는 at night로 암기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과정이 될 것이다. 물론 우리 교육환경에서는 그저 '오답' 혹은 '해서는 안될 실수'로 치부될테지만.

 

3. 외국어를 잘하려면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라. 

"상대방이 '무슨 말이지? 그런 말이 없는데 무슨 말이죠?' 이런 말 할 때 무슨 자, 이런 말 할 때 무슨 자, 그렇게 합치면 약간 이런 뜻 같지 않아요? (그러면 상대방이) 그 말 아니고 이 말이다, 이렇게 가르쳐줘요. 그런 식으로 배우는 거 많거든요"

"그냥 두려움을 버리고 그 실수가 배우는 점이 될 거라는 걸 받아들여서 실수를 하려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타일러가 원래 타고난 천재라서 우리말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 속에는 그가 언어천재가 될 수 있었던 비법이 들어있다. 재미있고 자유롭게 응용하는 과정에는 많은 실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기본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예외가 많고 관용적인 표현도 넘쳐나는 것이 언어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수를 많이 하면 교정을 받을 기회가 많아져 실력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의 보편적 교육환경에는 이런 과정이 결핍되어 있다. 정답과 오답의 이분법적 학습에는 창의적인 응용의 즐거움도, 효율적인 교정의 과정도 없다.

영어를 공부할 때에도 맞는 영어인지 아닌지에 정신이 팔려 배운 것을 응용해서 말을 만들어보는 즐거움은 뒷전이다.어색하거나 틀린 영어를 말하면 졸지에 '무식한 사람'으로 매도되는 현실에서 누가 당당히 실수할 수 있겠는가? 

언어환경에 대한 다음과 같은 타일러의 지적은 그래서 유효하다.    

"그래서 '틀려도 돼, 틀려도 되고 안 맞아도 되니까 그냥 해봐라'라는 환경이 필요한 것 같아요" 

 

 

박기범   [email protected]  최근글보기

 

미국 USC에서 석사를 마친 뒤 한국에서 7년간 학원에서 토플을 가르쳤다. 영어교육은 공공재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2011년부터 영어 무료학습 사이트 한마디로닷컴을 운영하며 교육평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BS English, 재능방송 JEI English TV, eduTV 등에서 영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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